**이 글은 무료입니다~
왜 #MZ세대 가 #이세이미야케 를 입는 걸까요?
넘 노숙해보이지 않나요? 아니면 그게 매력인 걸까요?
일본에서 기자로 활동 중인 야마테센의 배달부님을 초청해보았어요~
*** 이 글은 초청 칼럼니스트 ‘야먀테센의 배달부’ 정재혁님의 글입니다!
MZ의 요즘 뭐 입어?
이세이 미야케의 주름 공학, 단 한 장의 천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Please, 즐겁게 하는 옷
내 옷장 속의 주름 바지, 우리 할머니만 탐내는 줄 알았는데,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영부인에게 보낸 선물이 몸빼 같다 놀려 쳐박아놓았던 바로 그 이세이 미야케였다. 나만 몰랐을까, 아니 그들은 알았을까. 돌연 찾아온 이름도 어려운 그 옷 한 벌의 어느 뉴-제너레이션 현상에 관하여.

패션은 계절을 살고 사람은 계절을 입는다.
어느덧 패션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바라보는 세대가 되어버린 사람으로서, 2년 전 어느 날 난 좀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홍대역 8번 출구가 아닌 동교동 사거리 4번 출구 앞, 와우산길로 이어지는 길목의 짜투리 공터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고 있었는데, 옅은 민트 색의 하늘거리는 상의를 입은 남자가 내 앞을 나풀나풀 걸어가고 있었다.
홍대 4번 출구라면 8번만큼은 아니어도 오가는 이들이 한둘도 아닌데 유독 그 민트 빛 나풀거림이 내 시선을 잡는다. 흔치 않은 색상에 더 흔치 않을 플리츠(주름) 디자인, 그것도 여자가 아닌 아마도 남자의 실루엣으로. 누군가는 고리타분한 올드 세대의 낡은 편견이라 비난할지 몰라도 이건 분명 내게 좀 뜻밖으로 스쳐 지나갔던 장면이다.
그는 아마, 이세이 미야케의 옷을 입고 있었다. 주로 304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1970년 태어난 브랜드의 재킷을, 많아봐야 20대 초반일 것 같은 남자가 입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플리즈’ 남성 라인 ‘옴므 플리세.’ 내가 지금 본 것은 무엇일까.
이세이 미야케를 입는 남자

하지만 동시에 그도 작은 언덕을 오르며 살며시 고개를 1/4쯤만 돌려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는데, 난 재빨리 그 시선을 피하고 말았지만, 당시 내가 입고 있던 건 베드윈 & 하트브레이커즈’의 옅은 풀색 트렌치 코트이다.
10년 전쯤 도쿄 신쥬쿠를 걷다 셀렉숍에서 구입한 XS사이즈의, 안감이 탈부착 누빔 처리가 되어 있어 1년 세 철 착용이 가능한 똘똘한 코트. 아마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어, 저 옷 뭐지’거나 ‘저 옷 입었네’와 같이. 아니면 혹시 ‘저 옷 멋있다’?’ 그야 잘 모르겠지만 분명 비슷한 감정에서의 쳐다봄이기는 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지나가는 예쁘거나 잘 생긴 남자나 여자를 봤을 때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즉, 서로 눈이 맞았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그저 옷을 좋아하는, 패션을 즐긴다고 스스로 말하는 이들이 거리를 걸으며 적지 않게 마주치는 좀 옷 냄새 오가는 풍경인 것이다.
자기들만의 소리없는 교감, 시기거나 질투, 부러움이나 때로는 비아냥이나 조롱이 섞이기도 하는 평가 혹은 인정. 그렇다고 내가 그의 속내를 확인해볼 도리는 영영 없겠지만 이는 분명 어느 유행이 시작하는 무렵에 목격되는 광경이기는 하다.


2023년의 봄 대한민국의 골목에서 유행과 옷과 세대를 둘러싸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이세이 미야케’의 가방 라인 ‘바오바오’를 본 적은 이제 많지만 ‘플플(‘플리츠플리즈’를 요즘 MZ는 줄여서 이렇게 말한다 한다)’을 입은 남자는 처음이었고, 한국은 이세이 미야케를 입는 젊은 남성이 사는 나라가 되었다.
2천년대생이 ‘플리츠플리즈’를 입고 거리를 걷는다. 노재팬 세대가 일본의 가장 일본적 색채의 패션을 입고, 유행이 유행인 줄도 모르면서 거리가 새롭게 약동한다.
기존의 유행을 쫓아가는 소비와 패션이 아닌, 소비가 발견으로 이어지고 동시에 유행이, 트렌드가 되어 세대와 시대를 크게 가로지르는 MZ, 혹은 그 너머의 패션.
유행을 중심이 아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게 된 한 사람으로서, 지금 한국엔 일본의 색색깔 주름진 옷을 입는 남자가(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이세이 미야케’, 일본의 좀 독특한, 오래된 옷을 왜인지 입기 시작했다.
김건희와 안도,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어느 방식의 패션이 유행이 되고 브랜드가 알려지는 루트란 실로 다양하지만, 요즘 ‘이세이 미야케’가 인기를 얻고 있는 방식은 좀 묘한 구석이 있다. 이세이 미야케. 영어식으로 표기하면 issey miyake.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잇세이 미야케. 외우기도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이 브랜드가 근래 유독 자주 오르내리는 건 나에게 역시나 좀 생소하다.
한 차례 거세게 ‘노재팬’ 무드가 지속된 직후의 현상이고, ‘겐조’나 ‘발뮤다’처럼 일본제(製)인 줄도 모르고 사입고 쓰던 브랜드와 달리 대중적 인지도가 현격히 떨어진다. 가수 샤이니 키의 두 푸들 이름이기도 한 ‘꼼 데 가르송’처럼 반골 정신, 젊음과 혁신의 상징도 아니며 물론 다카하시 쥰의 ‘언더커버’와 같이 서브컬쳐, 언더그라운드의 문화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세이 미야케’는 국내 백화점 3층이나 4층 숙녀복 매장 한편에서 참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 브랜드 확장성에 있어 기복 없는 평온, 침체 국면에 빠져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뜻밖의 사건, 그야말로 우연한 일로 언론의 깜짝 주목을 받았다. 한국 대통령 부부가 외교 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영부인과 친교가 있다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선물한 블라우스가 바로 이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첫 방일 김건희 여사 안도 타다오 만나 선물 받아(한국일보, 2023.03.17).’
말하자면 문화나 패션이 아닌 정치면에서 ‘이세이 미야케’는 대대적 큰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그리고 이 다소 생소한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의 미디어가 소환한 게 고 애플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이다.
‘김건희 여사 선물 받은 이세이 미야케 잡스도 즐겨 입었다(한경, 2023.03.18).
잡스가 수백 장의 이세이 미야케 터틀넥을 쟁여놓고 입었다는 에피소드는 아마 국내에서 ‘이세이 미야케’ 그보다 더 유명하다. 아무튼 그만큼 ‘이세이 미야케’는 덜 대중적이고, 즉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달리 말해 MZ 경제 생활권 내에 등장할 법한 이름의 옷은 별로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 3년과 다수의 보복 소비라는 거친 바람이 불고 간 뒤, 소비 패러다임이 지각 변동을 일으키며 이 모든 건 알 수 없는 사정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이세이 미야케’를 정식 국내 수입하는 ‘삼성물산’은 지난 4월 동 브랜드의 연간 판매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백화점 구석에서 고고하게 잠자고 있어야 할 옷이,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다수의 연예인 협찬으로 근래 단기간 인지도의 급상승을 달성한 ‘아미(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를 제외하면 ‘삼성’ 수입 브랜드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즉 ‘이세이 미야케’는 더 이상 덜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고, 아는 세대는 아는 브랜드, 2030 세대가 요즘 가장 반응하는, 나아가 즐겨입는 일상의 옷인 것이(었던 것이)다.
시대는 흐르고 세대는 변하고, 옷을 좋아하는, 옷 좀 안다는 기자라면 같은 기사에 이렇게 써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요즘 MZ가 발견한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를 선물 받다’라고.
유행이 아닌 개인의 기호와 취향으로 사입는 옷이란 늘 시대에 앞서고, 코로나 3년 오프 시장이 막힌 가운데 MZ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발견하고 소비해온 브랜드는 ‘삼성물산’이 수입하는 것만 해도 ‘아미’와 ‘이세이 미야케’, ‘자크뮈스’와 ‘메종 키츠네’ 등등 이미 유행의 라인업을 넘어섰다. 어느 날 아침 내가 목격했던 그 의외의 ‘옴므 플리츠’처럼.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던 내가 그렇게나 놀랐던 건 아마도 이런,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시절 벌어지고 있던, 옷을 골라입는 일상의 변화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일본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 후지와라 히로시는 코로나 직후 ‘앞으로의 패션은 후리스와 뉴발란스와 같은 기능성의 디자인이 메인’이라 말했다. 그건 아마 MZ의 복식을 가리키고 ‘이세이 미야케’가 다른 비싼 옷들과 차별되는 단 하나의 지점이라면 바로 편리하고 간편하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좀 놀라운 건 이세이 미야케의 철학이 몹시도 MZ적이라는 것. ‘잇세이 미야케’는 오래 전 옷 만들기를 결심하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편하게 나답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니룩에, 이세이 미야케가 답하다

파스텔톤 컬러와 주름진 라인. ‘이세이 미야케’, 정확하게는 근래 인기를 얻는 ‘플리츠 플리즈’의 옷을 설명하는 가장 큰 특징은 아마 이 두 가지이다. 모양새가 꼭 몸빼 바지, 시골 장에서 팔고 있는 색색깔 옷들과 비슷해 할머니의 패션 ‘할매니얼 룩’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할머니+밀레니얼을 더한 신조어다.
그리고 MZ 세대가 최근 몇 년간 이러한 할머니풍 옷차림에 반응해온 것도 사실이다. 2021년 즈음, 코로나가 시작된 직후 불편하고 관리도 힘든 비효율적 옷이 아닌 편하고 실용적이며 기능성 높은 옷을 추구하며 MZ 세대 사이에서 불현듯 떠오른 패션 트렌드는 그래니룩이었다.
심플하고 모던한 니트가 아닌 꽃무늬 가득 자수된 세타랄지, 강렬한 색감의 미디엄 삭스와 고무줄이 들어간 플릿츠 팬츠. 악세사리라 하더라도 은근하게 멋을 내는 ‘꾸안꾸’는 어디 가고 알이 큰 진주 목걸이를 남자 연예인들이 차고 나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샤넬(풍) 트위드 재킷을 지드래곤이 아니고도 입는다.
그리고, ‘플리츠 플리즈’를 입는다.


2021년 9월 미국판 ‘보그’는 이와 같은 패션에 대해 ‘리타이어 패션’이란 좀 다른 명칭으로 진단했다. 리타이어 웨어, 곧 노후의 옷.
‘지금까지는 시니어층의 특권이라 여겨졌던 고무줄 팬츠나 스포츠 샌달, 썬캡 등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편하고 관리하기 쉬운 옷이라는 거다.
‘평소에도 편하고 일할 때도 편하고 여행을 할 때도 딱이다.’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 팬임을 자처하는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말한다. 이보다 더 편한 옷의 문장이 있을까. 확실히 할머니 몸빼 바지가 가장 편해 보이기는 한다.
그렇다면 지금 젊은 세대가 ‘플리츠 플리세’를 입는 건 단지 편한 옷이어서일까.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엔 단순한 실용적 편함을 압도하는자유로움, 입는 이를 자유롭게 하는 편함이 있다.
먼저, ‘플리츠 플리즈’의 옷은 셔츠 한 벌에 수십만 원을 하면서도 애초 주름 패턴이라 구겨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계절마다 특별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여타 메종 브랜드에 비해 덜하다. 특히 손 빨래도 아닌 세탁기에 돌려도 무방한 옷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이는 가히 획기적인 의복 생활, 관리하지 않는 관리, 즉 역발상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 옷은 한여름 되면 관리가 까다롭지만, ‘이세이 미야케’는 세탁망에 넣어서 세탁기를 돌려도 별 문제가 없어요.’ 일본의 패션 저널리스트 사야카 씨는 이런 숨겨진 비밀도 이야기해준다. 2011년 4대 디자이너로 취임한 미야마에 요시유키 씨는 ‘어디 갈 때도 둘둘 말아 컴팩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세탁소에 맡기지 않고도 집에서 세탁하면 다음 날 건조가 되어버린다’고 확인도 해준다.


여기에 ‘이세이 미야케’ 옷에는 몸빼 바지와는 비할 수 없는 디자인의 멋이 있고, 움직임과 함께 달라지는 경쾌한 실루엣의 리듬이 갖춰진다. 더불어 무엇보다 자유로운 옷. 미야마에는 여기서 ‘A-POC에 대해 말한다. 이는 글자 그대로 한 장의 천 (a piece of cloth), 바느질 없는 이세이 미야케의 옷을 주물해내는 핵심의 공법 기술 이름이다.
“이세이 미야케의 옷은 입는 사람이 ‘옷 만들기’에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옷이에요. 하이넥을 오픈 넥(丸首)으로 만들 수도 있고 긴 팔을 짧게 할 수도 있죠. 중간까지는 디자이너가 만들지만 최종적으로는 옷의 형태를 입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A-POC의 발상, 재미있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애초 이세이 미야케의 옷은 천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기존의 전형적 바느질에 의한 제조 공법이 아니다. 하나의 천을 건축하듯 사람의 몸과의 관계를 고찰하며 설계하듯 가위질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종종 ‘건축적이다’란 수사를 받는다. 물론 값비싼 옷을 세탁기에 돌리는 일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럼 그 옷은 무얼 위함이었을까. 이미 그런 맘이 들었다면 ‘올드 패션.’ 입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옷은 앞으로 별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즐겁지 않고(un-please) MZ답다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 장의 천, 주름진 치마,
그리고 132.5 차원의 옷

어딘가 생소한 인상, 기존의 옷과는 미묘하게 차이를 갖는 디자인. 이음매가 보이지 않고 자유롭게 변화하며 옷의 물결처럼 번져가는 유동적 실루엣. 이세이 미야케의 옷을 본 첫 인상은 단연 평소 보지 못한 위화감, 어떤 낯선 한 벌에 대한 어색함이다. 근래 ‘이세이 미야케’를 입는 어느 MZ는 ‘그저 이 옷은 좀 달라 보여’ 사입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낯선 한 벌의 시작은 1970년 미야케 잇세이 씨가 파리 유학에서 돌아와 브랜드를 만들며 제시한 ‘단 한 장의 천(一枚の布)이란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반세기 전 태어난 패션을 지금의 MZ가 적극 소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프랑스 파리의 5월 혁명, 60년대 미국의 히피 문화를 직접 경험한 미야케 씨는 애초에 옷을 대하는 마인드의 자세가 달랐다. 가장 근원의 옷을 탐구했고, 신체와 천 그 사이의 공간과 몸의 움직임이 만드는 형태의 옷에 착안, 1973년 첫 파리 콜렉션에서 ‘단 한 장의 천’으로 완성한 쇼를 선보였다. ‘한 장의 천’이란 사상이 태어난 배경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88년엔 일본의 하이테크 기술을 활용해 ‘플리츠 플리즈’를 만들어냈고, 그 개념은 점점 더 진화해, 한 장의 천(1차원)에서 입체 조형(3차원)이 태어나고, 접었을 때의 평면(2차원)이 되어 몸에 둘렀을 때 시간과 차원을 넘어서는 존재(5차원)가 된다는 사상에까지 다다른다. 2010년 발매한 이름하여 ‘132.5 이세이 미야케’이다.
이처럼 이세이 미야케의 옷은 늘 연구 중인 한 벌이기도 하다. 미야케 씨는 ‘꼼 데 갸르송’의 카와쿠보 레이, 요지 야마모토와 비슷하게 70년대부터 일찌감치 파리 밀라노 등의 쇼에 진출한 일본의 디자이너이지만, 1999년 일찍부터 디자인 1선에서 물러나 도쿄에 갤러리를 차렸고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란 주제에 몰두했다.
어느덧 그가 옷을 만들기 시작해 50년, 2022년 세상을 뜨기까지 매진해온 탐구의 주제는 ‘재생과 재창조’, ‘인간의 미래를 만드는 아름다움’과 같이 옷 한 벌 그 근원에 있는 옷의 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세이 미야케’는 그가 성취한 업적에 비해, 여타 브랜드보다 덜 알려졌던 것일까. 하지만 그는 ‘청바지 같은 청바지가 아닌 옷’을 만들자고 선언했고(그만큼 편하고 일상적인), 그렇게 초기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코튼 바케트’ 시리즈를 완성했다. 그리고 반세기가 흘러 실용적인 멋을 추구하는 지금 MZ 세대의 ‘오늘의 옷’이 되었다. ‘코튼 바게트’, 이는 물론 프랑스 사람들이 매일같이 먹는 바게트와 같이 일상적인 존재로서의 옷이 되기를 바람에 지어진 이름이다.
명품은 불편하고 까다롭고 싼 옷은 싼값을 한다고 하지만, 실용적인 아름다움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혹시 가능하다면 그건 곧 무엇이어야 할까. ‘타마 미술 대학’ 시절부터 시험 과제에 ‘질문 자체에 패션이 부재하다’며 반골 기질을 드러냈던 미야케 잇세이는 세상을 뜨기 전 ‘뉴욕 타임즈’ 기고글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한다.
‘파괴하는 것이 아닌 만드는 것. 아름다움과 기쁨을 환기시켜주는 것들에 세상이 다시 한 번 눈을 돌리도록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MZ가 발굴한, 새시대의 청바지

아무리 비싸고 멋져도 입었을 때야 비로소 옷. 미야케의 이 바람은 어쩌면 이제서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유롭고 자연스럽다는 건 그의 존재조차 잊게 만드는 것. 유행이 유행인 줄도 모르고 이세이 미야케를 입는 시절에 난 지나가는 그의 옷차림을 보며 변화하는 시절을 느끼고, 어느새 그건 오늘의 옷이 되어있다.
유행이거나 아니거나, 일본의 옷이거나 아니거나. 얼마 전 일본에선 한국의 ‘주름백’ 브랜드 ‘JOSEPH AND STACEY’의 판매가 진출 첫 해 대비 2배가 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는데 얼핏 ‘플리츠 플리즈’의 모조품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한국의 전통 의상 주름 치마에서 태어난 가방이라고 브랜드 홈페이지는 말한다. ‘플리츠 플리즈’의 ‘플리츠’는 1980년대 미야케가 의류의 신소재로서 발견한 것이긴 해도, 커튼의 주름 공법, 한국 전통 의복에서도 다양하게 쓰여온 소재를 가리킨다.
그 외에도 요즘 일본에선 한국 오리지널 브랜드의 옷들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멀리서도 실감이 가는데 이건 어느 날 내가 담배를 피우다 목격한 그 남자의 ‘플플’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동시에 가장 오늘의 옷을 여과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일 것이다.
‘보그’는 근래 젊은 세대의 ‘그래니룩’에 대해 말하며, 미래 세대가 시니어 시대의 일상을 재발견한, 합리성과 기능성이 완벽한 리타이어 웨어의 재생륙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세월은 돌고돌아 시대는 변해 우린 지금 단 한 장의 옷을 입는다. 나이도 성별도 시대도 초월해 편하고 즐거운 그리고 모두가 자유로운 그 한 벌을.
때는 푸르름 물결치는 pleats 신록의 5월,
패션은 계절을 살고 사람은 즐거움의 please 계절을 입는다.
교정: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