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두둥~! 데일리트렌드에 새로운 저자님이 와쪄여~~
#Gigi 의 #뉴욕이야기. 뉴욕 패션 디자이너가 현지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첫 얘기는 요즘 미국에서 벌어지는 #코로나사재기 소식이에요.
“#미국소비자 들은 왜 마스크보다 #총알 과 #휴지 를 사재기할까?”
나도 궁금.. 왜 그러는 건데??
edited by 하지영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강 건너 불난 집 구경하듯 관망하던 미국 정부가 초고속으로 늘어나고 있는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에 지난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방 정부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식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라고 밝히며 주 정부에 500억 달러 지원,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전략비축유 매입 등 긴급 대책을 내놓으며 이례적으로 공중보건 문제로 미국인들의 삶을 ‘올 스톱’ 시켰다.
발표 직후 국제 유가 폭등, 미 증시는 출렁, 14일 미국 전체 50개 주 중 16개의 주가 향후 3주간 휴교령, 대부분의 기업은 재택근무 채택을 하는 등 일상이 180도 변하며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의 UN 본부는 직원 3천여 명 중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향후 3주간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해당 지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영세 상인들도 덩달아 문을 닫으며 ‘유령 도시’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마치 전쟁 전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며 각종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마치 한국에서 코로나19 대응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품절되는 품목을 보면 한국 소비자들과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뚜렷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5일 현재 뉴욕, 시카고, LA, 애틀랜타 등 미국 대표 도시들을 비롯해 외곽 지역의 유통 매장에서는 휴지, 총기가 빠르게 품절되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맨해튼의 인기 식료품점 트레이더스 조(Trader’s Joe) 및 홀 푸드(Whole Foods)는 매장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로 가득했으며, 내부에서는 휴지, 생수, 냉동식품을 구매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게다가 매장마다 휴지와 생수의 개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이어 총기 구매가 가능한 매장에서는 탄환, 총기류가 속속들이 품절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인들은 마스크보단 엄청난 양의 #총알, #휴지를 구입하는 걸까? 생수나 식품은 이해하지만, 총알과 휴지가 미국 전역에서 품절 현상을 보이는 것은 한국에서 바라볼 땐 다소 황당한 선택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매번 한국 브랜드나 상품들이 미국 시장에 큰 꿈을 가지고 진출하지만, 다소 시들한 현지인들의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다.
이러한 반응에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고 현지 홍보사를 대행하는 경우도 많으나, 그럼에도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의 전혀 다른 심리를 한국인으로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복잡 미묘하고, 단순 조사로서는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 하는 문화 장벽이다. 이번 총알, 휴지 품절 현상은 미국 소비자들이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구매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낫게 하는 것보단 당장 시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국가적 울타리에 대한 불신과 당분간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공포감이 극심해지는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인주의’라고 간단명료하게 설명되는 미국 소비자들의 행태는 단순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는 절박함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먼저 총알 품절 현상은 내가 나가서 다른 이들의 식품을 약탈하려고 구매하는 것이 아닌, 국가비상사태로 인한 경찰 인력 부족으로 누군가로부터 침입이나 폭력을 당할 경우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리상태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미국에서 상류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살지 않는다면, 경찰 인력의 출동 시간이나 대응이 상당히 느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일상에서 계속해서 겪어온 미국 소비자들은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를 구매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총기협회는 이러한 두려움을 항상 부추기며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꾸준히 폭력 시위나 폭동의 역사를 가진 미국. 미국인들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역사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평소엔 자유분방하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것 같은 미국인들은 대외적인 소비자 성향 조사에서는 총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선택하지만, 실제로 총기 구매 지수가 크게 떨어지거나 변동하진 않는다. 이것은 이러한 ‘원초적’ 공포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한다면, 미국 내 밀레니얼과 제너레이션 Z가 아무리 대외적으로 생각이 변화하고 윤리가 패션 업계의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떠오른다고 한들, 실제 소비자들의 행태는 지금처럼 비상사태가 오면 맥도 못 추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짤’들도 쏟아지고 있다.
두 번째로 품절 대란을 맞이하고 있는 휴지의 경우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대다수의 의견은 밖을 나가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기에 구매한다는 의견이 가장 우세하다.
현재 패션, IT, 산업 분야 전반이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미국 내 비정규직, 계약직과 같은 시간제 근무자들은 순식간에 향후 2-4주간의 월급이 사라지게 되었다. 현 상황에서 정규직들은 함부로 해고할 수 없지만, 시간당 급여를 지급받는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이다.
특히 젊은 세대인 밀레니얼, 제너레이션 Z들은 기성세대만큼의 저축도 없고 학자금 대출도 많이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강제적’으로 최저 비용으로 살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에 밖에 안 나가더라도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생리 현상을 처리하기 위해 휴지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정규직이 아닌 미국인들은 개인 건강보험을 사용해야 하는데, 50% 이상의 미국 시민들이 건강보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여부 진단시, 보험이 없을 경우 검사 비용만 $3,500달러(약 430만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며 젊은 밀레니얼, 제너레이션 Z 세대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최악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가진 선진국 미국에서 전염병이 더욱 공포스러운 이유는 바로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바이러스 자체와의 싸움보다 파산을 걱정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는 한국보다 더욱 비이성적으로 휴지, 총알과 같은 아이템들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결론적으론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이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미국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미국인들의 숨겨진 심리와 공포감을 잘 이해한다면, 소비자 분석표에서는 찾기 어려운 니즈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와 발전 속에서도 원초적인 공포가 불어닥쳤을 때 미국 소비자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패션 업계가 계속해서 인종, 몸무게, 장애인들을 포함하는 ‘인클루시브(Inclusive)’ 정책을 추구하는 모습 또한 꾸준히 미국 사회에서 차별 받아온 소비자들을 포함시키며 그들에게 일종의 ‘힐링’을 선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미국 내 명품 및 패션 브랜드 다수가 리테일 매장을 일시적으로 닫으며 방역에 힘씀과 동시에 현재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나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예민하고 비이성적인 미국인 소비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민감한 시기에 눈치 있는 소통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 브랜드와 패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화 차이와 소비자들의 속내를 읽고,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