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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카를로스 곤 사건’이라고 아시는지요? 2018년 프랑스 르노 CEO였던 카를로스 곤은 일본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체포되어 구금되요. 그리곤 엄청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그대로 밀출국해 도주합니다.. 하핫. 그는 일본 닛산의 CEO이기도 했어요. 일본에서 사업을 하려면, 일본의 룰과 컴플라이언스를 따라야 하죠? 이 사건에 여러가지 배울 점이 있어요. 규제 리스크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리더가 사업국의 룰을 모른다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만약 쿠팡이 일본에서 사업을 했다면 어땠을 거 같으세요?
금주엔 쿠팡 사태를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는 5개의 사례를 모아봅니다
- [ft. 쿠팡] 외국기업 제재 사례① : 미국 정부의 틱톡 매각 명령
- [ft. 쿠팡] 외국기업 제재 사례② : 프랑스 르노 CEO가 일본에서 체포되다 → 오늘은 여기
- [ft. 쿠팡] 외국기업 제재 사례③ : 미국·유럽의 Shein·Temu 제재와 중국의 입장 (1월 14일)
- [ft. 쿠팡] 기업 데이터 유출 사례① : 쉬쉬하며 소설 쓰다 자백한 Uber (1월 15일)
- [ft. 쿠팡] 기업 데이터 유출 사례② : 신뢰회복의 정석 Target (1월 16일)
혹시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사건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저명한 사건은 2017-2019 전세계 비즈니스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에요.
카를로스 곤은 2005년부터 장기간 르노의 CEO로 일해온 유명한 경영인이었어요. 그런데 2018년 일본에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버립니다. 혐의는 일본에서 금융상품거래법을 위반하고 배임을 저질렀단 거였죠! 대체 무슨 일?
이후 일본 법원은 막대한 보석금을 낸 곤의 보석을 허가해주었는데, 그 길로 이 양반은 서류를 위조해 밀출국해요. 소위 글로벌 CEO 도주 사건.. !ㅋㅋㅋ 카를로스 곤은 그 길로 레바논으로 튀어요. 여긴 일본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요. 레바논을 벗어나는 순간 일본의 국제 수배와 체포영장이 기다리고 있기에… 레바논을 떠날 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프랑스 르노 CEO가 일본에서 피의자가 됐을까요?
사실 그는 2001년부터 일본 닛산의 CEO도 맡아서 하고 있었거든요. 르노와 닛산의 공동 CEO였죠.
1990년 후반 르노가 재무 위기에 빠진 닛산을 전략적으로 구제·지배하기로 결정하면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탄생하는데, 이 때 르노에서 닛산 COO로 곤을 보내요. 그게 일본과 곤이 맺은 인연의 시작이었어요.
곤의 초기 경력은 어마무시했어요. 그는 닛산을 1-2년 만에 흑자전환 시켰고, 일본 내부에서 ‘닛산을 살린 외국인 CEO’로 칭송받아요. 이 공으로 2001년 닛산 CEO가 되고, 2005년에는 르노 CEO까지 되면서 그야말로 자동차계의 글로벌 CEO로 군림하게 되었답니다.
좌, 근데 말이죠. 곤이 여기까진 잘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레임덕이 왔어요. 그는 모랄 헤저드가 찌든 능구렁이가 되어갔죠. 모랄 헤저드(도덕적해이)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상대방의 행동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윤리적·법적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현상’을 말하지요? 이런 게 발생하면 상대방은 질문할 게 많아지는데, 곤은 주로 프랑스에 머물며 소통을 소홀히 하며 일본 닛산 법인의 불안감을 키우게 돼요.
어느 날 닛산 내부감사에서 이상한 징후가 포착되는데요. 일단 임원 보수·해외 자금 집행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카를로스 곤과 관련된 해외 자회사·중동·브라질 쪽 자금 흐름이 목적이 불명확했어요. 또 승인라인이 지나치게 제한적인데다, 내부 설명 문서가 “장래 약정·메모”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어요. 뭔가 얼렁뚱땅…? 내부 감사팀은 이를 곧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라고 인식해요.
일본은 무서운 것이요. 일본 대기업에서 내부 감사·법무가 움직일 때의 논리가 매우 냉정해요.
일본에선 ‘복잡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문제예요.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라는 거 자체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달까요? 닛산의 이사회와 법무팀은 이것이 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닛산 법인 전체가 위험해질 일이라고 보았고, 이것이 내부에서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요. 이러면 일본 회사들은.. ‘우리가 남이가’ 이런 거 없이 심플하게 고발합니다.. 하핫.
그래서 닛산 법인도 직접 이 자료를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달하죠. 좌, 그럼 넘겨 받은 일본 검찰은 또 어떤 사람들이냐면, 일본에서 임원 보수 공시 위반은 매우 강력한 수사 포인트란 말이죠. 일본에선 중대한 경제사범이 될 혐의이기에 검찰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요.
더 무서운 건 뭐게요? 일본 검찰은 공시 위반이 발견되는 즉시 체포한하고.. 혐의가 있을 경우 사람을 장기 구금해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요. 보통 CEO 급이면 불구속 수사를 하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매우 다른 문화죠.
카를로스 곤은 프랑스 르노에서도 같은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이런 문제로 자기를 체포하고 구금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어느 날 일본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바로 붙들려가선, 내내 구치소에 머무르며 이것저것 취조 받는 신세가 되었죠.
한국의 경우, 기업들의 내부 감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어도 외부로 고발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한국은.. 감사 조직이 경영진 직속 산하인 경우가 많고, 경영진을 감독할 이사회 또한 경영진 산하예요. 경영진에게 월급을 받는 경영진의 부하들이니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일이 없죠.. ㅠㅠㅠ
근데 일본의 기업들의 이사회는 경영진 산하가 아닌, 제대로 작동하는 ‘진짜 이사회’예요. 감사 조직 또한 CEO·오너 직속이 아닌, 이사회 직속이구요. 이들은 철저히 주주의 눈으로 경영진이나 오너의 안위가 아닌, 회사의 안위를 지키려 하는 사람들이죠.
카를로스 곤은 이런 일본의 기업 문화를 잘 몰랐어요.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요.
그는 초반엔 영웅처럼 인식되었지만 10년 정도 닛산 CEO로 군림한 뒤에는 그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어요. 일본에선 ‘투명성’이 첫째인데, 그는 투명하지가 않았죠. 정보 비대칭성을 무기 삼아 휘두르는 건 위험한 행동이에요. 또 일본 임원들의 승계 경로를 차단하면서 닛산 일본 법인과의 소통은 더 불투명해졌어요. 일본 닛산 법인 이사회 입장에선 무엇보다 ‘거버넌스’가 중요한데, 회사 대표가 거버넌스를 지키지 않는다는 건 엄청난 리스크였어요.
이 상황을 자칫 오해하면, 일본 임원들이 승진을 못하자, 괘씸죄로 연합해 외국인 CEO를 한방 먹인 것처럼 볼 수 있는데요. 그건 일본 문화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예요. 그보다는 되려 카를로스 곤 쪽에서 꼬장꼬장한 일본 임원들이 위로 올라오는 게 피곤해서 멀리한 거라 보는 게 맞아요.
카를로스는 여러 면에서 자충수를 두었어요. 사업을 일본에서 하고 있으면서, 일본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고 한 건 문제를 더 키웠죠. 일본에서 그렇게 오래 사업을 했으면서도 일본 사회가 컴플라이언스나 거버넌스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인지가 덜 되었다는 건 리더로서 부족한 자질이에요.
일본 사회에선 외국인 CEO라고 봐주지 않는답니다. 이 일로 한때 으리짱짱하던 글로벌 CEO 카를로스 곤은 닛산과 르노에서 모두 짤리게 되고… 레바논에 짱 박혀 살며.. 이제 고국인 프랑스에서도 소송이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지금 쿠팡의 미국 경영진들도 한국의 기업문화나 체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거 같지요? 한국에선, 청문회에는 나와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총수가 고개를 숙여야 하고, 자료를 제출하라면 해야 하는데요. 쿠팡은 여기서 엇가게 될 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 전혀 예방하지 못하고 있어요.
만약 쿠팡이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사업은 일본 자회사가 실질적으로 하면서, 해외에 상장한 모회사가 있고, 창업자가 일본 법인 등기 임원은 아닌데, 가족이 일본 법인의 임원(쿠팡은 임원은 아니라고 주장)이고, 물류 창고에선 노동자가 5년간 29명 사망했다면요?
이 사업은 아마 법적으로 시작은 가능했겠지만 중간 단계에서 스스로 붕괴되거나 강제 수정됐을 가능성이 커요.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 리스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본 기업 문화는 때로 엄청난 힘을 발휘해요.
예를 들면 쿠팡의 경우 일본에선 창업자 동생이 임원이건 아니건 애초에 그 위치에 가기가 어려워요. 경영 불개입이라 선언한 창업주의 동생이 핵심 자리에 와 있으려 한다..? 그건 아예 이사회 승인 자체가 안나와요. 누군가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취업시켰다 해도, 내부 고발이 있었을 거고, 이사회는 역할, 보수산정 근거 등이 정확한지와 취업 경로를 체크하고 경영진에게 강한 시정을 요구했을 거예요.
또 아마 일본이었다면 로켓배송 자체가 불가했을 듯요. 저렇게 사람이 죽어도, 본사는 대리점 문제라는 둥, 대리점은 본사가 시켰다는 둥, 이런 회색지대를 만드는 게 잘 안통해요. 한국은 이런 거 너무 잘 통하지요? 공유킥보드 업체들도 사고는 계속 일어나는데 파트너사 탓이네, 본사 탓이네 서로 미루고 있는 중이니까요.
일본은 이런 회색지대를 극혐해요. 회색지대가 발생하면 이사회는 무조건 본사의 경영 책임 문제로 보고, 후생성은 계속 반복 시정 명령을 내리게 되죠.
아마도 쿠팡식 고속 물류 모델은 일본에선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고, 초기에 ‘속도를 낮춘 일본형 모델’로 강제 변형됐을 가능성이 커요. 어쩌면 쿠팡이 일본을 포기한 이유는 이런 문화 때문이었는지도요.
쿠팡의 빵빵한 정관 출신 대관팀도 일본에선 불필요한 조직이에요.
일본에선 관을 상대한다는 건, 관과의 반복 협의, 문서 합의, 기준 수용일 뿐이지, 쿠팡처럼 공격적으로 선제적 대응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워요. 기업에게 필요한 건 ‘로비’ 조직이 아니라, ‘조정’과 ‘완충’을 잘 하는 조직이랍니다. 즉,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되, 그걸 기업 사정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양해 부탁드리고 논의하는 거지요.
어제 말씀드린 라인야후 데이터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라인야후는 정부의 행정지도를 잘 따랐어요. 다만, 지분 매각에 있어선 기업 사정상 당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관에 잘 이해시키고, 장기적으로 고민하겠노라 요청하고 이를 설득하는 것, 이것이 대관 조직이 하는 일이죠. 네이버는 일본 문화를 잘 알고, 잘 처신했답니다.
이렇게만 보면 일본은 사업하기가 너무 어려운 나라 같지요?
그런데 바로 이런 문화가 해외 투자자에겐 일본의 재무와 공시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게 하는 부분이에요. 여러분이 주주라면 어떤 회사에 투자하시겠어요? 오늘날 도쿄증시가 저렇게 흥하고, 일본의 부자 대부분이 주식 부자가 된 것은 바로 이런 얄짤없는 투명성에서 나왔다는 거, 우리도 함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