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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식경영 이란 말을 잊어가는 분들이 있어요. 지식의 축적을 말하는 게 요즘 시대엔 느리게 여겨지기 때문이죠. 많은 창업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직관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휴리스틱경영 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착시가 있어요. 성공한 몇몇 브랜드의 성장을 흉내내는 건 기업활동이 아니에요. 오늘날 타인의 성공은 잘 복제되지 않아요. 정말 빠르고 단단하게 성장한 ‘엔비디아’와 ‘스트라이프’는 모두 지식경영을 21세기적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알았던 기업이라는 거, 알고 계신가요?
혹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란 말을 기억하시나요?
지식경영은 조직 내에서 생성되는 지식(knowledge)을 체계적으로 획득(acquire), 축적(store), 공유(share), 그리고 활용(apply)하여 조직의 성과와 혁신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이에요. 90년대 후반부터 2천년대 초반까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저서가 경영교과서로 널리 읽히면서 크게 유행한 개념이죠.
오늘날 이 방침을 따르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요?
X세대에서 MZ세대로 세대 전환이 이뤄진 뒤, 지식경영이란 말은 아스라해지고 있어요. 너무 많은 기업들이 ‘1년 내 퇴사’를 경험하다보니 축적의 시간이 사라져 버렸죠. 이제 지식을 미리 획득한 경력직이 와서, 조직 내에서 알아서 활용하다가 나가는 방식이 지금은 통례가 됐답니다. 이건 정상적인 상황일까요?
당근 정상적이지 않지요. ‘조직 내에서 생성된 지식’은 조직 내에서 활용도가 높은데, 외부에서 생성된 지식은 활용도가 낮아요. 활용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죠. 기업들은 ‘데이터’를 남기는 것으로 많은 부분을 대체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건 또 다시 사람이에요. Knowledge 베이스가 ‘지금 이 조직’이냐, 다른 조직이냐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어요.
저는 이번에 넥스트커머스를 준비하면서, 많은 브랜드 기업들을 만났어요.
그리구 이 과정에서 ‘이직’ 이외에도 지식경영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건 성공하는 몇몇 K뷰티 브랜드들이 최근 워낙 빠르고도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 비롯된 현상인데요. 이런 속도가 다른 브랜드에 반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다보니, 기업들이 지식을 ‘축적’한다든지 ‘조직의 성과’를 차근차근 논할 틈이 없더군요. 그러기엔 J커브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큰 상황이랄까요?
때문에 많은 젊은 경영자들이 지식 경영이 아닌 ‘휴리스틱(heuristic) 경영’을 하고 있어요. 휴리스틱은 정확한 논리나 정보 대신 ‘직관적 지름길’을 쓰는 사고 방식을 의미해요. 인간의 뇌는 계산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완벽히 분석할 수 없을 때, 과거 경험이나 직관을 이용해 “대충 맞을 법한” 판단을 내리는 정신적 단축 경로(mental shortcut)를 가지고 있어요.
휴리스틱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지만, 그만큼 많은 오류(Bias)를 동반해요. 이게 무서운 건데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사례를 근거로 판단한다든지, 몇 군데 성공한 케이스가 있으면 그 케이스를 기반으로 공통점을 추린다든지 하는 경우,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의 원인이 되는 사고의 지름길이에요.
보통 감이 좋은 사람들이 이 휴리스틱이 발달되어 있지만, 소수가 가진 재능을 모방하는 건 기업 활동이 아니에요.
현재 K브랜드들의 대부분은 몇몇 성공한 기업들의 방식이 답습하고 있어요. 이는 숨가쁜 스카우트 전략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요. 잘되는 브랜드의 인력들을 빠르게 영입해오고, 그들은 자신이 이전 브랜드에서 성공한 방법들을 새로운 조직에 이식하게 되죠. 이들은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적합한지는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요.
2차 대전 때, 미군은 전투기 성능을 보강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 전투기의 총알 자국을 연구했어요. 살아돌아 온 비행기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투기의 양쪽 날개와 꼬리 부분에 총알 자국이 많아서 미군은 이 부분을 보강하기로 하죠. 하지만 이 방식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요.
그 때 아브라함 왈드 (Abraham Wald)라는 수학자가 여기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는데, 사실 그들은 살아 돌아왔다는 건, 양쪽 날개와 꼬리 부분을 그렇게 맞아돌아왔음에도 귀환한 것이기에,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들이 왜 격추되었는지를 역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였어요. 그는 총알구멍이 없는 곳, 즉 엔진과 조종석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 부분에 총을 맞지 않았기에 그들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그의 보강으로 실제 생존율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비공개되었지만, 2014년 논문에 따르면 미귀환율을 18% 감소시켰을 것으로 추정되어요. 학자의 힘을 보여주는 놀라운 순간이죠.
객관적인 지식의 힘은 영원한 것이에요. 지식경영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큰 오해예요. 엔비디아는 21세기에 맞는 획득(acquire), 축적(store), 공유(share), 활용(apply)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STRIPE 또한 축적과 공유의 힘을 알았기에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업무를 통해 겪은 ‘직접 경험’은 깊은 인사이트를 가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지만, 그렇게 각자가 겪어서만 알게 된다는 건 엄청나게 느리고 비효율적인 방식이에요. 경험으로만 알아가기에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요.
더 빠른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간접 경험’, 즉, 스터디를 통해 지식을 보강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직접 경험’과 ‘휴리스틱’에 의존하는 입장에 처해 있죠. 빨리 성장하기 위해 빠른 세상의 변화에 소모되기 쉬운 상황이랄까요?
한국에선 해마다 성공하는 K뷰티 브랜드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런 뷰티 브랜드들의 방식을 모방하려는 K뷰티들이 많아지고 있는 건 우려스러운 상황이에요.
식약처에 따르면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브랜드’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답니다. 지난 10년간 화장품 판매업자로 등록한 기업은 해마다 23%씩 늘어난 반면, 더 이상 생산 신고를 하지 않는 기업의 수도 빠르게 늘어, 이젠 70% 가까이가 생산을 하지 않고 있어요.
매니지먼트를 할 줄 안다는 것, 지식경영을 할 줄 안다는 것이야말로 기업인들에게 더 중요한 재능이에요. 탁월한 휴리스틱에 기반해 기업을 일으킨다고 해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커진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경영의 몫은 결국 리스크 관리와 매니지먼트로 돌아오기 때문이죠.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요. 결국 약을 팔기 위해서였답니다.. 하핫.
1년에 딱 한 번, 인더스트리 전체를 훒어 볼 수 있는 자리가 있어요. 넥스트커머스가 바로 다음주 수요일과 목요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려요. 이틀이란 시간이 길어보이겠지만, 직접 경험으로 겪어서 얻으려면 20년이 필요한 인사이트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어요.
꼭 참석하셔서 놓치고 있는 위험과 새로 탄생하는 기회들을 규형있게 돌아보실 수 있었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