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3년 7월 6일 작성된 글입니다. 1월 3일까지 무료입니다.**
이제 #HR 에 대한 시각을 좀 바꿔야 해요. 신규 직원이 들어오면, 복지 혜택과 성과 관리, 기업의 목표 설정부터 가르치시나요? 그보다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 신규 인력이 먼저 해줘야 할 일은 회사의 기존 #매뉴얼 을 학습하는 거예요. 매뉴얼은 요식행위나 관료주의가 아니에요. #숏폼 으로 회사 매뉴얼을 쉽게 쉽게 만들고, 자기 학습을 의무로 만들어 KPI에 반영하세요.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중고 유통 브랜드 BOOK OFF의 놀라운 HR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예요.
BOOK OFF는 한국으로 치면 ‘알라딘’이랄까요? 오래된 냄새 풀풀 나는 헌책방 시장을 쌔끈한 포맷으로 만들어 큰 인기를 모은 뒤, 지금은 책이 아닌 다양한 중고 제품들을 판매 중이에요. 좀 간지나게요.
BOOK OFF 같은 비즈니스는 사실 여러모로 ‘관리’가 무척 골치 아픈 비즈니스예요.
예를 들면 중고 매입과 가격 책정도 큰 문제랍니다. 소비자들이 중고로 팔고 픈 제품이 있으면 보통 BOOK OFF 매장으로 가져오거든요. 만약 어떤 소비자가 루이비통 로고가 붙은 백을 가져왔다고 쳐요. 매장 직원은 어떻게 제품의 가품 여부를 판단하고, 매입 가격은 또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게다가 최근 매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높은 이직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누군가 노하우가 쌓여서 좀 안심된다 싶으면 나가버리니…ㅠㅠㅠ
만약 출근한 지 1주일도 안된 직원에게 고객이 루이비통을 들고 왔다고 생각해보자구요. 이 직원이 정품인 줄 알고 백만 원에 매입했는데.. 만약 그 백이 가짜면 워쩌나요..? ㅋㅋㅋ
A: “우리는 그래서 신입에겐 매입을 안 시킵니다”
B: “우리는 그래서 신입도 매입을 할 수 있게끔 매뉴얼을 상세하게 만들어둡니다. 매뉴얼을 다 지켰는데도 문제가 생겼으면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좌, 여러분의 회사는 A, B 중 어떤 스타일임미꽈아! 오늘은 우리 요 얘길 좀 해보자구요. 은근히 중요한 얘기랍니닷!
‘경력직’ 위주인가요, ‘매뉴얼’ 위주인가요?
사실 A의 길과 B의 길 중에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모든 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B뿐이에요. ‘매뉴얼’, ‘매뉴얼’, ‘매뉴얼’… 매뉴얼만이 오로지 우리의 갈 길이지요. 지향이란 현실화는 어렵지만, 이 방향으로 각을 잡고 전략을 짜야 한단 뜻이죠.
만약 A란 타협으로 주저앉으면 미래가 어떻게 되게요..? 허허허.. 눈앞에 미래가 막 예언처럼 선명히 펼쳐지는 거!
우선은 신입들은 “선배님, 에르메스 들어왔는데 매입 결정 해주세요~” 하며 쪼르르 찾아갈 거예요. 그럼 시니어가 2배의 스트레스를 받아요. 왜냐면 신입이 해맑게 달려오면 시니어는 꼼짝없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데, 사실 얘도 들어온 지 2년 됐지만 에르메스는 1번도 매입 안 해봤을 수 있어요. ㅋㅋㅋ 이런 경우 아무리 시니어라도 어떻게 책임지나요..?
그래서 A를 택한 기업은 결국 에르메스같이 비싼 건 누구도 매입을 안 하는 길로 들어서게 돼요. 이러면 안되는 것이 중고는 단가가 높은 걸 매입해 되팔아야 돈이 되거든요. 하지만 다 같이 기회를 버리는 걸 택한답니다. 왜..? 기회에 개인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많그등….
책임 소재를 경력에만 의지하면 반드시 이렇게 되어요. 더 슬픈 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니어 중 똑똑한 친구들은 ‘이거 못할 짓이네’ 하고 나가버린다는 거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임무는 책임을 피하는 거’를 시전하는 시니어만 남고 나면, 신입들은 ‘아, 에르메스 같은 건 매입을 안 하는 게 상책이야’라는 왜곡된 지식을 몸에 익히게 되죠.
“상세 매뉴얼”이 있어야 돼요. 즉 기업 내에서 간혹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선 상세한 대처 방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해요. “신입”은 이걸 일일이 찾아가며 일하는 사람이란 뜻이구요. “유의미한 경력직”은 남의 회사에서 몇 년 일하다 온 사람이 아니라, 내 회사 매뉴얼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몸에 익은 사람, 신입이 매뉴얼을 잘 찾지 못할 때 도움을 줄 사람, 또 매뉴얼에 적혀있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매뉴얼의 취지를 이해하고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에요.
상세 매뉴얼을 지켰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도 필요하답니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면 질책해야겠지만요. 매뉴얼을 지켰음에도 매뉴얼이 채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생겼다면, 이제 매뉴얼을 개선해 미래를 바꿔야 하는 거지,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책임 소지를 논하는 건 우스워요. 그런 게 대체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거지요..?
BOOK OFF, 디지털 상세 매뉴얼로 시작하여 끝나는 하루
북오프(BOOK OFF)도 바로 그 에르메스가 아쉬웠어요.. ㅋㅋㅋ 럭셔리 브랜드들을 많이 매입해 팔고 싶은데, 참 이 부분을 매장에서 실현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었죠. 북오프 매장 중 럭셔리를 매입하기로 공표한 매장은 100개 정도인데요. 적어도 이곳에선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어야 하지요?
북오프의 시스템은 지향을 분명히 하며 현실과 타협합니다. 이들의 시스템은 이러해요.
- ‘전문사원’ 보유 매장의 경우 매입가 5만 엔 미만은 전결 처리 가능하고, 5만 엔 이상은 본사와 이중 체크해요.
- 본사와 이중 체크 방식은 2가지예요. 실물을 본사에 보내 본사팀이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혹은 Web 회의 툴로 전국의 점포와 연결해 영상을 보고 가품 여부를 판별해요.

- 매일 감정이 100건 넘을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발견되는 점을 일일이 디지털 매뉴얼로 기록해 전사적으로 배포해요.
- 이 밖에도 아주 상세한 디지털 매뉴얼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취급하는 브랜드 제품들의 잘 알려진 진품/가품 식별 방법이라든지, 점포 운영 업무상 필요한 매뉴얼, 가격 산출표 등의 자료를 폭넓게 작성해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매뉴얼을 업그레이드해요.
이 100여 개의 럭셔리 매입 매장을 관리하는 본사 직원은 8명이에요. 이들은 북오프 매장으로부터 유입되는 정보 외에도 일본 유통 자주 관리 협회 AACD(병행 수입품 시장에 있어서 위조품이나 부정 상품의 유통 방지와 배제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민간 단체)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정리해 매뉴얼에 업뎃하는 게 주요 업무랍니다. 하루가 매뉴얼 작성으로 시작해 매뉴얼 작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요.
엄청난 고난의 길로 들리지요…? ㅋㅋㅋ 하지만 이 고난의 길은 북오프에게 성과를 가져다 주었답니다.
메뉴얼의 작성, 전달 스피드 속도에 탄력이 붙으면서 정보 갱신 속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졌고, 직원들이 얼마나 매뉴얼을 참조해 일하는가를 다시 KPI에 반영하면서(매뉴얼 조회가 의무가 된 거지요) 직원 간 정보 격차가 해소된 거예요. 종이로 된 매뉴얼은 배포한 뒤에도 누가 봤는지 안 봤는지 알 수 없지만, 디지털 매뉴얼은 열람 정보가 가시화 되니까요.
그 결과 그동안 16종만 취급하던 럭셔리 브랜드 수는 50종까지 확대되었답니다! 또 매입 실수, 즉 ‘기준 외 제품 매입 발생률’도 기존의 0.1%에서 약 0.02%까지 낮출 수 있었어요.

도큐멘테이션의 고통.. 숏폼, 템플릿, 생성AI란 해법
좌, 그런데 이 지점에서 말이죠… 벌써 뭔가 엄청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며 머리가 아파지시는 분 많으시죠?
“아니.. 그 많은 매뉴얼을 다 언제 작성하고 앉았지..?” 싶어서요. ㅋㅋㅋ
한국은 매뉴얼에 약한 나라예요. 매뉴얼이 있지만 아무도 보지 않죠. 사실 업뎃 안한 지 오래돼서 봐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구요.
이태원 참사 때에도 매뉴얼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매뉴얼 시스템을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예요. 이런 세상에선 ‘경력직’이란 마치 매뉴얼 없이 눈치로 잘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죠.
그런데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해요. 눈치로 할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미래의 고용은 이제 히타치 제작소 사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직무형 고용’이 되면서 더 많은 gig economy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답니다.
다른 분야에 역량을 가진 낯선 인재들이 우리 회사에 와서 빠르게 온보딩하는 방법은 결국 매뉴얼을 얼마나 더 빨리 숙지하는가의 문제랍니다. 결국 “도큐멘테이션” 시스템이 체계화 되어 있어야 해요.
지난해 넥스트커머스 초청 스피커였던 Upwork의 Dmitry Semenov의 조언을 기억하시나요? Upwork가 긱 이코노미를 모아 글로벌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이런 ‘도큐멘테이션’과 ‘셀프 온보딩’에서 나와요. 기억 안나시면 지금 다시 한번 읽어보시얍!
또 길고 지루하고 험난한 도큐멘테이션의 길에도 몇 가지 희소식은 있어요.
북오프는 TeachMe BIZ란 솔루션을 쓰고 있는데요. 이 솔루션은 소셜처럼 누구나 ‘쉽게’ 매뉴얼을 작성, 업데이트, 열람할 수 있는 ‘공동 매뉴얼 작성’ 솔루션이에요.
이 솔루션의 핵심 강점은 ‘숏폼’과 ‘템플릿’이에요. 시니어들이 자신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장면을 핸드폰으로 쉽게 쉽게 찍어 올리면 바로 매뉴얼이 되고, 말로 써야 하는 매뉴얼의 경우 미리 템플릿이 저장되어 있어 작성 시간을 굉장히 줄일 수 있어요.

사실 말이 길면 잘 안 보지 말입니다..? 서로 요식행위가 되는 매뉴얼을 만들지 않고, 늘 매뉴얼을 참고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이런 실질적 매뉴얼 솔루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또 주니어나 다른 부서에서 잘 모르는 부분은 해당 항목에 바로 바로 질문할 수 있고, 그럼 매뉴얼이 새로 개선돼요. 이렇게 수정되거나 신규로 발행된 항목이 있으면 관련 직무군에게 알람이 가구요.
아래는 제가 인터넷 뒤져서 TeachMe BIZ를 쓰고 있는 한 제조공장의 작업자가 보는 화면을 번역 카메라로 찍은 거예요. 공장 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상황들의 매뉴얼들이 적혀 있지요? 이 중 일부는 의무사항으로 기재되어 직원이 스스로 ‘셀프 온보딩’ 해야 하는 것들이에요.

이 도큐멘테이션을 착실히만 해놓는다면, 미래엔 매뉴얼 관리가 더 쉬워져요. 지금 생성AI가 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거든요. 오늘 스몰토픽에서 소개한 Pi 같은 챗봇이 여기 붙는다면, 직원들이 문답형으로 이 매뉴얼에 쉽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돼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요. 현재는 TeachMe BIZ 같은 소프트웨어가 있어도 매뉴얼을 참조하려면 카테고리를 찾아들어가 검색을 해야 해요. 하지만 미래엔 “루이비통 2010년도 모노그램 네버풀 감정하는 법”이라고 치면 필요한 매뉴얼들이 스스로 요약되어 도출될 수 있죠. 이건 아주 가까운 미래에 가능하답니다.
목표, 팀워크, 성과 이전에 ‘매뉴얼 자가 학습’을 Task로 만들 수 있나요?
이 북오프와 TeachMe BIZ는 우리에게 한 가지 큰 물음을 던져줘요. 직원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부분요.
최근엔 HR 소프트웨어들을 많이 쓰다보니 경력이건 신입이건 누군가 신규 직원이 들어오면, 회사의 문화와 팀의 성과 관리와 목표 설정 같은 것들을 배우고 회사 사람과 소통하는 걸 먼저 배우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온보딩이라 부르는 회사도 있어요.
근데 한국 일반 스타트업들 연간 퇴사율이 평균 60%가 넘는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유지되려면 신규로 들어온 사람들이 스스로 회사의 기존 매뉴얼을 학습해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구체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목표를 알면 무엇 할 것이며 성과에 대해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럼 신입은 시니어를 괴롭히다 나가고, 너무 괴롭히면 시니어가 나가 뻐려요. 그렇다고 다른 회사 경력직을 뽑아놓으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는 게, 이제 매뉴얼이 없는 회사는 산으로 갑니다.. ㅋㅋㅋㅋ
매뉴얼 없는 소통은 고통이에요. 매뉴얼 자가 학습이 의무가 된 다음, 즉 셀프 온보딩을 끝내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팀원들과 성과를 위한 소통이 가능해요.
직원들이 서로 매뉴얼을 남기면요. 직원들이 일하다 나가도, 그 친구들이 남겨놓은 매뉴얼이 그대로 역량이 될 수 있어요. 새로운 직원이 금세 자기화 할 수 있구요.
어떤 분들은 매뉴얼을 ‘관료주의’의 상징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죽은 매뉴얼에 매달릴 때 관료주의라고 하는 거구요. 매뉴얼이 살아있다면, 즉, 세상이 변하면서 매뉴얼도 끝없이 제대로 업데이트되고 있다면, 그 매뉴얼대로 하는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에요.
살아있는 매뉴얼은 위험을 피해 기회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대신, 위험 속에서 기회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것이랍니다.
좌, 그러니 우리도 매뉴얼을 만들자고요~ 저도 이 데일리트렌드에 딸린 식구가 이제 6명이에요. 모두 긱 이코노미라서 모두와 일하려면 매뉴얼은 너무나 소중한 것… 저도 오늘 과거에 만들었던 매뉴얼을 점검해 볼랍니닷!
전 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휘리릭!
교정: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