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산업이에요.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매분기 파죽지세의 성장을 그리며 화려한 실적을 쏟아내는 거의 유일한 산업인데요.
이런 와중에서도 탑플레이어로 갈수록 K뷰티 내부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어요.
특히 ‘재고’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드물 거예요. 지난해 K뷰티 재고는 폭발적으로 늘어 이제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어요. 브랜드들은 경쟁적으로 생산했고 벤더들은 경쟁적으로 물량을 밀어넣고 있어요.
이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첫째 경쟁적으로 광고가 이어지면서 광고비가 올라가겠죠. 그건 효율이 낮아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광고에 노출된 소비자의 피로도도 급증한다는 뜻이에요. 소비자 반응이 느려지면 할인율을 키워야 하고, 할인이 클 때 재고가 소진되는 리듬을 잘못 타기 시작하면 브랜드가치는 빠르게 훼손되어 버려요. 너무 빠른 속도로 많은 물량을 돌리고 있을 때 봉착하기 쉬운 함정이랍니다.
현재 탑플레이어들이 재고소진을 위해 찾은 해법은 2가지예요. 첫째 D2C를 넘어 오프라인 유통체인에 물량을 까는 것, 둘째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찾아 그 지역에 물량을 푸는 것.
이 두 가지 방식은 분명히 빠른 병목 해소로 인한 성장을 가져오긴 해요. 점포수가 많은 오프라인 빅 체인에 제품을 납품하면 물량도 훅 늘어나고, 늘어난 물량과 정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매출도 어느 정도 늘게 되죠. 또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벤더에게 대량 납품을 하면 이 또한 재고를 소진하면서 매출을 잡을 기회가 되어요.
문제는 이런 과정들이 모두 벤더사나 대행사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K뷰티 시장이 번성하면서 수많은 컨설팅, 대행, 벤더사 등 관계사들의 수도 폭증한 상황이에요. 그들은 모두 같은 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다를 수 있어요.
이를테면 오프라인 입점의 경우에도, 잘못된 경로를 택할 경우 컨설팅→대대행→대행→벤더 등 다단계를 거치며 제품가가 오르며 경쟁력을 상실해요. 이를 막기 위해선 또 엄청난 할인이 필요하죠. 더 큰 문제는 엔드포인트인 오프라인 유통체인에는 수많은 경로에서 몰려드는 너무 많은 K뷰티 브랜드가 범람하면서 그들은 그저 “K뷰티”라는 섹션하에 모든 브랜드를 판매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K뷰티 섹션을 잘되지만, 그 내부에선 수많은 브랜드들이 소모되며 바뀌게 된달까요?
이 현상은 결국 트렌드는 크지만 “승자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요. 이 시점에 “왜 K뷰티는 뚜렷한 승자를 만들지 못하는가 (Why No One Single Brand Is Winning K-Beauty)”란 기사는 큰 울림을 주는데요.
“K-뷰티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뷰티 브랜드에게는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K-뷰티는 수많은 업체가 참여하는 거대하고 모호한 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젠 ‘K-뷰티’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시장은 광범위한 브랜드 상품보다는 개별 제품과 카테고리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의 여러 제품을 하나의 K-뷰티 브랜드로 묶어 판매하면서 개별 브랜드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놀랍게도 2017년의 기사예요. 지금은 폐간된 Racked의 글로, 소위 K뷰티의 1차 붐(First Wave)시기였던 2011-2016의 트렌드가 꺼져갈 무렵의 양상을 쓰고 있죠. 1차 붐이 꺼질 때의 모습이 2025년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커요.
K뷰티 2차 붐(Second Wave)은 아직 상승기에 있어요. 두번째 붐은 첫번째 붐과는 다른 결말로 이어지며 아직 다 그리지 않은 J커브가 남아있음을 증명하게 될까요? 아니면 지금을 절정기로 트렌드가 쇠퇴하게 될까요?
더 큰 J커브를 그리려면, 남다른 상도의(商道義)가 필요해요.
브랜드 사가 직접 자신만의 벤더사와 엔드포인트인 소매체인을 발굴해 끈끈하고 신뢰감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브랜드를 핸들링 해야 해요. 모든 브랜드를 받아주는 벤더사나 유통체인은 각 브랜드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할 수 없어요. 승자가 되기 위해선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이 인더스트리 생태계 내부에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해요. 소비자를 상대로만 광고를 쏘고 마케팅을 하는 건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아울러, 타 브랜드의 제품이나 홍보방식을 쉽게 베끼는 태도도 지양해야 해요. 그보다는 자신만의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딩을 구축하는 근본적 상도의부터 깨달을 필요가 있는데요.
K뷰티끼리 성분이 겹치고 유행하는 성분을 너도나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해외 유통들은 자신들이 직접 PB를 만들어 거기에 K뷰티 인기 성분을 투입해 판매하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요. 어차피 K뷰티끼리도 서로 존중하는 풍토가 없기 때문에 K뷰티 성분은 일반 유통들도 ‘그냥 써도 되는’ 성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현재 K뷰티 시장에는 근본적인 브랜딩을 탐구하기 보다는 프로덕트 중심, 퍼포먼스 중심으로 생각하는 팀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D2C와 작은 틈새 시장에선 그런 퍼포먼스 마케팅이 힘을 발휘하지만 큰 시장에선 다른 정석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에는 긴 시간과 철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모두가 빠르게 성장해 누군가에게 인수되길 바라고 있지만 그 입지는 줄어들고 있고, 소비자들은 피로해지고 있어요.
지금은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에요. 10월 22일-23일 열리는 넥스트커머스에선 K뷰티가 직면한 과제들의 현황은 어떤지, 또 추가적 성장을 풀어갈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합니다. 9시 30분 키노트를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