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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대해 정부가 엄정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이것이 ‘기업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쿠팡 사태는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다각도로 짚어봐야 해요. 이럴 때 다양한 글로벌 사례를 들어보는 건 도움이 됩니다. 이번 주 내내 5개의 사례를 모아볼께요. 오늘은 미국의 틱톡 제재 이야기예요.
미국은 틱톡이란 중국 앱이 국민 앱이 되자, 아직 데이터 유출 같은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틱톡의 미국 사업부문을 미국 기업에게 매각하라 명령했어요. 저는 처음엔 이것이 불공평한 ‘틱톡 죽이기’나 ‘틱톡 뺏기’라 생각했었지만, 구체적으로 나온 매각안의 ‘디테일’을 보니 좀 수긍이 되더군요.
한 국가의 정부는 자국민들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기업의 권익도 지켜져야 하는데요. 미국은 어느 선에서 합의를 보았을까요?
금주엔 쿠팡 사태를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는 5개의 사례를 모아봅니다
- [ft. 쿠팡] 외국기업 제재 사례① : 미국 정부의 틱톡 매각 명령 → 오늘은 여기
- [ft. 쿠팡] 외국기업 제재 사례② : 프랑스 르노 CEO가 일본에서 체포되다 (1월 13일)
- [ft. 쿠팡] 외국기업 제재 사례③ : 미국·유럽의 Shein·Temu 제재와 중국의 입장 (1월 14일)
- [ft. 쿠팡] 기업 데이터 유출 사례① : 쉬쉬하며 소설 쓰다 자백한 Uber (1월 15일)
- [ft. 쿠팡] 기업 데이터 유출 사례② : 신뢰회복의 정석 Target (1월 16일)
지난 주 금요일 미국에서 틱톡 미국 사업 매각이 실제 본격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어요. 될 듯 안될 듯 미뤄지던 틱톡의 사업 매각이 이제 22일 완료를 앞두고 실질적 행보에 들어갔어요. 트럼프가 계속 연기할 거란 시각도 있었지만, 지난 연말부터 빠르게 절차가 진행되며 이제 어떤 그림으로 어떻게 매각되는지 구체적인 안이 나온 상태예요.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운영해 온 틱톡은 미국에서 지난 4년 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죠. 중국 정부가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 정부는 미국 사업부는 미국이란 나라가 완전히 콘트롤할 수 있도록, 미국 기업에게 지분을 매각하라고 종용해왔어요.
처음 이 논의가 불거진 건 트럼프 1기 정부 때였어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답니다. 왜 트럼프 정부는 기업 하나를 콕 찍어 저렇게 못죽여 안달이지?
그런데 트럼프 정부만의 생각이 아니었어요. 이후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 또한 틱톡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죠. 바이든은 2024년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될 거란 법안에 서명했어요. 이후 다시 정권을 이어받은 트럼프 2기는 마침내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완료를 이제 10일 후면 끝낼 생각이에요.
한국에서 쿠팡 사태가 터지고 나니, 지금은 미국 정부에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어요.
만약 틱톡 앱의 사용자 데이터가 진짜로 유출되거나 해킹당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틱톡 경영진들이 중국에 거주하며 미국 정부가 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직접 셀프 조사를 해 대국민 발표를 하거나,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면요?
놀랍게도 미국 정치권은 아직 데이터 유출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런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틱톡 미국 사업부는 미국 기업이어야 한다는 데에 초당적으로 합의된 인식을 가졌어요. 미국 틱톡 사용자는 1억 358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40-41%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DB예요. 미국은 이 정도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기업의 미국 사업권은 미국의 컴플라이언스를 지키는 미국 기업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때까지도 저는 미국이 저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답니다. 왜냐면 바이트댄스 입장에선 매우 억울하지 않을까요? 틱톡의 성장은 이들이 그만큼 열심히 일구었기에 거든 성과예요. 애써 키워놓은 기업을 이렇게 뺏기는 게 맞는 걸까요? 알토란 같은 사업을 미국이 뺏아서, 자기 나라 기업에게 던져준다면 이건 안될 말이죠.
그런데 지난주 발표된 구체적 매각안을 보니, 비로소 많은 것이 이해되더군요. 트럼프는 제정신이 아닐지 몰라도, 미국은 적어도 자본이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선 제정신인 것이었어요.
미국은 틱톡 미국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하도록 하지 않고 2개로 분리하도록 했어요.
새 합작법인 ‘TikTok USDS Joint Venture LLC’는 미국 기업인 오라클, 실버레이크(Silver Lake), MGX가 관리 투자자로 참여해 운영하고, 이 세 기업이 법인의 지분 15%씩을 보유해요. 향후 틱톡의 데이터·알고리즘 관련 직원은 이 곳으로 옮겨서 근무하게 되는데, 이 합작법인이 향후 틱톡 미국 사업부문의 데이터 보호·알고리즘 보안 등을 책임지게 되어요. 즉, 미국민의 데이터가 털리거나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이 법인에 책임을 묻게 되죠. 새로운 합작법인에 대해서 바이트댄스는 20% 미만의 지분만 유지해요.
또 하나의 법인인 ‘TT Commerce & Global Services LLC’는 바이트댄스가 계속 소유하게 되는데요. 틱톡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전자상거래 부문은 이 법인에서 운영해요. 즉, 틱톡의 데이터, 알고리즘 부문만 미국에 매각하고, 기존 수익 사업은 바이트댄스가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어요. 즉, 대부분의 수익은 여전히 바이트댄스의 것이에요.
이번 틱톡의 경영권을 분리시키기 위해 미국은 ‘PAFACAA(외국 적대국이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 Protecting Americans from Foreign Adversary Controlled Applications Act)’을 만들었어요. 이 법은 미국이 외국 ‘적대국으로 지정한 국가’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미국 내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벌금에 직면하도록 규정으로, 의회는 이 법 조문에서 틱톡과 중국에 기반을 둔 바이트댄스를 명시적으로 지목했었죠. 즉, 적대국이 아니면 괜찮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해요.
이 법은 ‘틱톡’ 하나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명분을 아사사 끼워 맞춘 느낌이 있어요. 틱톡도 이 법이 뭔가 이상하다며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1월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답니다. 미국은 법원까지 다들 한 마음으로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본 거예요.
온 미국이 왜 틱톡 하나를 이렇게나 수술하고 싶었냐면, 틱톡은 미국에서 운영되지만 지배회사는 중국 기업인 독특한 구조예요. 중국 기업은 정부 요청시 데이터·기술 협조 의무를 갖는다는 중국 국가안보법을 지켜야 한다는 게 가장 문제적이죠. 이런 독특한 입지의 기업이 미국 국민 40% 이상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건 찜찜한 일이에요. 왜냐면 소셜이라는 것이, 알고리즘을 작동하기에 따라 여론을 움직일 수도 있기에..
쿠팡도 한국에서 운영되지만, 지배회사는 미국 기업이죠? 미국 자체는 적대국이 아니지만… 쿠팡은 주요 비즈니스를 한국에서 하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고객의 나라인 한국과 싸우려 하고 있어요. 특히 스스로 자기 사건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한국이 법으로 정한 사법체계·수사체계를 무시한 행위예요. 어째서 일개 리테일 기업이 고객 국가의 주권을 무시하는 무리수를 두게 된 걸까요? 그런 모험을 하기엔 쿠팡은 쌓아온 것, 지킬 것이 너무 많아요.
점점 비즈니스 환경은 글로벌해지고 있어요. 미국이 주요 무대가 된 중국의 틱톡, 한국이 주요 무대인 미국의 쿠팡, 이런 상황들은 앞으로 더 많이 벌어지겠죠.
같은 관점에서, 2023년 일본에서 라인(LINE)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일본 정부가 펄쩍 뛰었던 거 기억나시나요? 그때 라인야휴가 털린 계정은 고작 52만 건이었어요. 이때 일본도 놀란 나머지 네이버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했었죠. ‘라인’은 일본에선 국민 앱이에요. 전국민의 데이터가 거기 들어있으니 일본 정부가 바보가 아니라면 리스크의 크기를 직감할 수 밖에요.
이때 한국에선 일본이 라인을 뺏으려 한다며 길길이 뛰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제 ‘데이터 주권’은 모든 나라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주제예요. ‘우리 국민의 데이터를 정부가 보호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서 정부는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죠. 우리 데이터 주권이 중요하면, 남의 데이터 주권도 중요하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다행히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네이버는 일본 정부의 요청과 행정지도에 착실히 따랐어요. 라인야후는 지난해 4월 일본 총무성(MI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네이버 및 네이버클라우드와 공유하던 시스템 및 네트워크 대부분의 분리를 완료했다고 밝혔어요. 네이버클라우드에 위탁하던 보안관제센터(SOC) 운영 또한 일본 기업에 이관했죠.
이런 착실한 모범생 관리 덕에 지분 매각 검토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선에서 (단기적으론 어렵다며) 일본 정부와 여지를 둘 수 있었어요. 참고로 일본에서의 대관이란, 이렇게 장기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합의와 설득을 얻어내는 걸 말해요. 네이버는 일본의 데이터 주권을 존중했던 거지요.
모든 나라는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스탠다드도 조금씩 달라요.
이제 남의 나라에서 절대적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적대적이지 않다는 인상,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 준수와 함께 그 나라의 데이터 주권을 정부가 보호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전략을 짜야 해요. 기업 활동에 있어 가장 골치아픈 건 ‘규제’ 리스크라는 점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