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가 공식 론칭됐어요. 이 서비스는 P2P 거래, 즉 개인간 거래를 중개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무신사가 제품을 받아 세탁, 수선 후 되파는 모델이에요. 리퍼비싱을 한달까요?
팔 물건이 있는 소비자들이 무신사에 판매 신청을 하면, 무신사가 USED BAG을 보내줘요. 그럼 고객은 백에 물건을 넣어 수거 신만 하면 돼요. 상품 수거부터, 검수, 상품 촬영, 판매, 고객 응대까지 무신사 유즈드가 모든 과정을 대신하죠. 상품은 120일 동안 판매하고, 판매가 되고 나면 배송 완료 7일 후에 판매한 고객에게 정산을 해줘요. 단 현금이 아니라 무신사머니로 돌려주는데, 이 머니는 무신사에서 현금처럼 100% 사용 가능하며 언제든 계좌로 인출할 수 있어요.
이 방식은 그 자체로는 수익 내기가 여간 어려운 모델이 아니에요. 수선, 세탁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판매자로부터 수거하는 과정에도 2번의 물류가 있어야 하죠.(유즈드 백 발송과 제품 수거)
이때문에 무신사는 비싼 수수료를 책정해두고 있어요. 저가의 제품(1만원 언더)은 수수료율이 무려 80%에 달해요. 반대로 30만원 이상 제품은 수수료가 10-25%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이는 무신사가 중간에 개입하는 관리 비용의 절대 수치 때문이에요.
또 프리미엄 제품만 취급하겠다는 본사의 숨은 의지도 반영되어 있어요. 프리미엄 제품일 경우 판매자와 무신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수수료가 제시되지만, 저가의 경우 수수료가 너무 높아 판매자는 의욕을 상실하게 되어요. 하지만 럭셔리만 취급하는 중고 플랫폼도 관리형은 수익 내기가 어렵답니다. 리얼리얼이나 Vestiaire Collective들은 아직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게나 관리비가 비싼 거예요.
무신사가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유즈드 자체를 수익 모델로 보고 있어서가 아니에요. 핵심은 무신사머니에 있는데, 이 머니는 현급으로 환전할 수는 있지만 1차적으로는 무신사에서 쓸 수 있는 크레딧이에요.
즉, 무신사가 바라는 건, 고객이 중고 제품을 무신사의 새 옷으로 더 효율적으로 ‘바꿔 입는’ 습관을 만드는 것, 다시 말해 무신사에 대한 로열티와 리텐션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동복 BonPoint도 중고를 이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고객 포인트 제도의 또 다른 형태로서 중고를 구축하는 것이죠. 무신사의 경우 꼭 무신사에서 구매한 옷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신규 유입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무신사는 이를 위해 도떼기 마켓 출신의 인재들을 영입해 서비스를 꾸렸다고 하는데요. 직접 중고를 핸들링하며 전체 비즈니스에 순기능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많은 요건이 필요해요.
일단 중고 거래가 활발해져야 고객 유입과 락인에 의미가 있을텐데, 그러려면 양질의 중고 제품 확보가 안정적 공급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해요. 중고는 물량 확보가 특히 어려운 비즈니스로, 오늘날 일본의 코메효가 중고로 1조 5천억원의 대기업이 된 핵심 요인은 바로 안정적 물량 확보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무신사도 코메효처럼 개인 소싱 이외의 다른 대량 소싱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상황인데요. 비슷한 비즈니스로 고민 중이시라면, 최근 미국과 유럽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들로부터의 소싱 방법도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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