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에 쓰여진 글입니다. 8월 10일까지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어깨랑 팔 통증을 치료한 지 어언 5개월.. 아직도 한 20%는 통증이 안 빠졌지 말입니다? 80%나 빠진 것은 감사한데.. 어.느.세.월.에 낫는지 몰겠어요.. 막 늙는 게 슬퍼여! ㅠㅠㅠ
오늘은 파타고니아 이야기예요~
파타고니아가 얼마 전 M&A라는 걸 했지 말입니다?
이 M&A는 파타고니아 역사상 최초였어요. 그리고 역사적 인수의 대상이 된 스타트업은 Moonshot이라는 ‘크래커’ 스타트업, 즉, 푸드 스타트업입니당…ㅋㅋㅋㅋ

“아니… 아웃도어 브랜드가 왜 크래커 스타트업을..?”
사실 파타고니아는 10년 전부터 파타고니아 프로비젼(Patagonia Provisions)이란 푸드 사업부를 가지고 있어요. 이 사업부에서 Moonshot을 인수한 거예요. 파타고니아의 푸드 사업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Villiv가 일찌감치 소개한 글이 있으니 이 참에 함 읽어두셨으면요. 이 푸드사업부는 최근 겁나 빠르게 성장 중이에요.
근데 파타고니아 푸드 사업부가 왜 사상 첫 M&A를 감행한 걸까유?
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브랜드가 난생 처음 인수한 기업이 하필이면 크래커 기업이라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에요. 사실 Moonshot도 심각하기로 유명한 스타트업이랍니다.
Moonshot 인수는 파타고니아의 ‘지구 구출 대작전’의 일부예요.
오늘은 왜 파타고니아가 이토록 진지하게 푸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지, 이들이 생각하는 푸드 비즈니스란 대체 무엇인지 요 얘길 좀 해볼까 해요. 좌, 그면 출발합니다~ 고고씽!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지구를 구하는 사업을 하고 싶어
파타고니아는 얼마 전 자신들의 주주가 이제 지구임을 선포하였지요..? Yvon Chouinard 회장이 모든 지분을 비영리 환경단체에 넘겼어요.
파타고니아가 하고 싶어하는 사업은, 사업이 흥하면 흥할수록, 즉, 소비자가 제품을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지구를 구하는 메커니즘의 사업이에요.
실제로 이들은 의류 사업에 대해 여러 면에서 갈등을 느끼고 있어요.
이 브랜드를 만든 Yvon Chouinard는 뛰어난 암벽 등반가였어요. 산과 자연을 넘나 사랑해서 이 브랜드를 만든 거지요. 1957년 브랜드를 만들었을 땐 지구가 얼마나 아픈지 미처 몰랐는데요. 세월이 지나면서 지구가 얼마나 아픈지 모든 사람이 알게 되고.. 심지어 자신이 만들고 있는 의류 제품이 지구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심각한 갈등을 겪게 돼요.
그래서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 ‘새로운 제품을 사느니 옛날 제품을 고쳐 입는 게 낫소~’ 하며 캠페인을 벌였지만.. 어째 그러면 그럴수록 더 잘되는 이 죄많은 파타고니아…ㅋㅋㅋㅋ
“이렇게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지구에 유해물을 더하는 사업 말고, 소비할수록 지구를 구하는 사업이 없을까?”
가시방석에 앉은 Yvon Chouinard는 십여 년 전부터는 ‘푸드’에서 지구 구출의 희망을 발견하게 돼요. 푸드와 지구 구출 대작전이 파타고니아에서 어떻게 연결되냐면요.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는 2015년 버팔로 육포를 만들었는데요. 이 시기 버팔로는 포식자가 없어서 개체 수가 계속 늘며 초원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어요. 얘네가 풀들을 다 뜯어먹어서 초원이 초원이 아닌 거예요.
파타고니아는 이 넘쳐나는 버팔로를 육포로 만들고, 그 부산물인 가죽을 파타고니아 의류와 잡화에 사용하기로 해요. 이렇게 되면, 소비가 늘어날수록 버팔로의 개체 수가 조절되고 대초원 생태계가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쥬? 그럼 Yvon 할아버지가 장사가 잘 돼도 맘이 편하쟈나… ㅋㅋㅋㅋ
또 파타고니아 제품 중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생선 통조림’인데요. 이 생선 통조림들은 미국인들이 그간 잘 먹지 않았던 ‘작은 생선'(파타고니아는 Eat Small Fish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과 해물들로 만들어요. 고등어, 흰멸치, 홍합 등등요.
미국에선 생선이라고 하면 대부분 ‘참치’랑 ‘연어’만 엄청나게 소비하는데, 그럼 둘의 개체 수가 줄잖아요. 파타고니아는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 다른 생선으로 시각을 돌리게끔 유도하고 싶은 거지요. 흥미롭쥬..?

처음 푸드 라인을 출범시켰을 때보다, 푸드를 대하는 파타고니아의 시각은 한층 깊어졌어요.[mfn]첫 제품은 야생 연어 육포였는데, 이 사업은 야생 연어를 남획해 연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네요[/mfn] 첨엔 캠퍼들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하면서 지구에 피해는 안 주도록 조심조심 시작한 푸드 사업이었지만, Yvon Chouinard옹께선 하다 보니 먼가를 깨달으며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가셨답니다.
“뭐여.. 이 사업은 의류랑 달리.. 잘만 하면 지구에 해롭지 않은 게 아니라 지구를 구할 수도 있는 거 아녀…?”
최근 Modern Retail과의 인터뷰에서 Patagonia Provisions의 총지배인인 Paul Lightfood가 뭐라고 했냐면요.
“의류를 만들 때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식량은 0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올바른 농업 관행으로 생산이 재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FastCompany와의 인터뷰에선 이런 말씀도 하셨지 말입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여전히 장비 및 의류 회사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사명은 정말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바로 지구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음식이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고 아마도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식품 사업이 결국 의류 사업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좌, 이제 파타고니아가 푸드에 얼마나 진지한지 아시겠쥬? 이들의 푸드 사업은 이제 꽤 커져서 미국에선 이미 Whole Foods와 Target 등 수천 개의 점포에서 파타고니아 푸드를 팔고 있어요.
농업을 손대려다 보니 일이 커지네
현재 파타고니아가 푸드에 대한 모든 근본적 대책으로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농업’이에요.
사실 농업은 전 인류의 식품 사업의 근간이기도 하죠. 지구를 지킨다는 건 곧 토양을 지킨다는 것과 같아요.파타고니아는 곡물들이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방식, 즉, 토양을 보존하는 재생 농업 방식으로 생산되길 원하는데요.
다만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건 무엇보다 곡물 가격이에요. 재생 농업 방식은 현저히 생산량이 떨어지니까요. 이상적인 생태계라면, 농부, 소비자, 지구, 3자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생 농업 방식을 택하면 생산 단가가 워낙 높아지니 소비자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구매를 할 수 없게 되거든요. 글타고 곡물 가격을 내리면.. 이젠 농부가 살기 어려워지죠..? 농부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결국 단가를 내리려면 또 화학 비료 써서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상황..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혁신이 필요해요.
첫째, 재생 농업 방식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농업 기술이 개발되든지,
둘째,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면, 재생 농업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대체 곡물’을 찾든지요.
파타고니아는 이 모든 분야에서 농부들과 협력하길 원해요. 그리고 이런 협력에 참여하는 농가들에게 기업이 직접 인센티브를 준답니다. 그래야 곡물 가격이 안정되니까요.
특히 파타고니아는 대체 곡물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아요.
최근 집중하는 작물은 컨자(Kernza)인데요. 밀은 1년생이고 매년 다시 심어야 하는 데 비해 컨자는 다년생 곡물로 한번 심으면 계속 곡물을 만들어내요. 이러면 경작 비용이 줄겠지요?
또 밀은 한번 재배하고 다시 심을 때마다 토양이 망가지지만, 다년생은 뿌리가 깊이 내리기 때문에 (컨자는 10피트 이상 가능) 토양을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고 토양 구조를 개선한다네요. 자라면서 유해 탄소도 잡아먹구요.
컨자는 소비자에게도 좋은데요. 밀은 100g당 10.8g의 섬유질과 9.2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지만, 컨자는 18g의 섬유질과 19.2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요.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있고 아직은 밀가루보다 비싸요.
파타고니아는 현재 이 컨자로 파스타랑 맥주를 만들어 팔고 있어요.

문샷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숴!
파타고니아가 이번에 인수한 문샷은 2년 전에 출범한 지속가능 스타트업이에요.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크래커’를 만드는 곳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이 기업이야말로 파타고니아가 원하는 기술을 가지고 파타고니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혁신적 농업 스타트업이랍니다.

문샷은 재생 농업 방식을 사용하여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워싱턴 주의 밀 농부들과 협력하고 있어요. 완전 유기농으로 생산된 밀은 장거리 운송을 피해 근거리 공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해 밀가루로 만들어지죠.
그 다음에 소비자들이 만나는 문샷 크래커로 가공되는 거예요. 이 크래커는 D2C를 넘어 현재 Target 등 매스 유통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어요. 파타고니아는 문샷이 업계 표준 관행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크게 개선된 영양가 있고 맛있는 크래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집중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답니다.
이 크래커 라인이 파타고니아 생선 통조림과 완전 환상의 궁합이거든요? 캠퍼들에겐 최적의 식량일 뿐 아니라 파타고니아가 줄곧 실패했던 품목이기도 해요.
파타고니아가 컨자 이전에 도전했던 대체 곡물은 ‘빵나무 열매’였는데, 얜 생산성은 좋았지만.. 실패했어요. 이 빵나무 열매로 파타고니아가 크래커를 만들었었는데.. ㅋㅋㅋ 맛이 이상해서 관둠요. 아니 캠퍼라면 크래커가 있어야 하는데 문샷이 얼마나 반가웠겠어유?
파타고니아는 ‘재생 식품 세트’를 완성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문샷과 함께라면, 컨자 파스타를 만들 때 컨자 가루와 배합되는 밀가루라든지, 파타고니아 홍합 통조림과 함께 먹을 크래커 라인이 효과적으로 완성되는 거지요.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을 많이 먹어줄수록 다른 제품을 먹는 것보다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 거. 그래서 내가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찜찜한 일이 아니게 되는 거. 우리 Yvon Chouinard옹의 목표는 오로지 이것뿐인 거십니다아~ 멋져부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추가로 M&A를 더 할 생각이랍니까?”
아뇨.. 하핫.. 그런 계획은 딱히 없다고 잘라 말했어요. 파타고니아의 정체는 사세 확장이 아니라 지구 구출이라니깐요. ㅋㅋㅋㅋ
저도 나중에 돈은 없지만 Yvon Chouinard옹처럼 늙고 싶네요~
전 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심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