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7월 글입니다. 8월 10일까지 무료로 보실 수 있어요!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오늘은 바로 지난주 도쿄 증권거래소의 그로스 시장에 상장한 놀라운 스타트업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이름하여 ‘타이미(Timee タイミー)‘.
이 기업은 2017년 ‘단기 알바 매칭’을 비즈니스 모델로 설립되었어요.
한국에도 ‘급구’라는 스타트업이 있지요? 급구는 기존의 알바몬과는 좀 다르게 작동하는.. 당일 알바, 주말 알바 등 진짜 급구형 매칭이죠. 급구도 타이미와 개념이 비슷한 모델이지만 타이미는 훨씬 고도화되어 있어요.
이 비즈니스 모델이 상장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요. 더 깜짝 놀란 건 타이미의 시총이었어요. 타이미의 상장 당시의 공모가는 1,450엔으로, 공모 시의 총액은 1,379억엔이었어요. 한화로 무려 1조 2,893억 원…! 현재 YG엔터테인먼트 주가의 2배 정도랍니다.
보통 스타트업 씬의 풍경은요. 한창 잘 나갈 때, 시리즈 B나 C단계, 즉 상장 전에 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 단계에서 유니콘이 되고요. 그런 다음 상장해서 주가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어요. 하지만 타이미는 진실되게 시총으로 1조 원 넘는 유니콘을 찍어버리는 쿨함을 보여줬어요. 창업자인 오가와 미네(小川嶺)의 나이는 고작 27세!!
놀라서 찾아본 이 기업의 재무제표는 탄탄했어요.
2022년 62.1억 엔이던 매출은 2023년엔 161.4억 엔으로, 영업이익은 1.14억 엔이던 것이 19.57억 엔으로, 순이익은 2.25억 엔이던 것이 18.2억 엔으로 2년 연속 흑자에 매출 2.6배 성장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게 IPO를 위해 간신히 짜맞춘 성장이었을까요? 아뇨.. 그럴 것 같지는 않은 것이 올해 6월 발표한 2024년 예상 실적도 꽤나 화려해요. 매출은 275.5억 엔으로 1.7배 늘어날 전망, 영업이익은 40.91억 엔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거든요.
과연 한국의 급구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일본과 한국은 시장 사이즈가 다르지요. 일본 인구는 한국보다 한 2.3배 많아요. 타이미처럼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는 아니더라도.. 4-5천억 원급 하는 기업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장일까요?
한국에서도 알바몬의 다음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다들 공감하는 바예요.
오늘은 이 타이미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떠한지 깊이 들여다보겠심다. 좌, 다같이 고고씽!
타이미, ‘틈새바이트’ 시장을 열다
창업자인 오가와 미네(小川嶺)는 릿쿄 대학생이던 20살 때 패션 사업을 창업했다가 망한 적 있었어요. 그리고 남은 30만 엔(부모님께 빌린 20만 엔 포함)을 갚기 위해 알바에 매진했는데요. 당시 일본은 다 구직/구인이 ‘잡 보드(Job Board)’ 방식이었어요.
잡 보드는 구인하는 쪽의 구인 리스트, 즉 게시판이 있고, 구직하는 쪽의 게시판이 또 따로 있어서 서로가 검색해 매칭을 요청하는 방식이에요. 일반 리쿠르팅 사이트들이 보통 이 방식을 사용하죠. 보통은 구직자가 구인 쪽에 이메일을 보내어 지원을 하게 되지요? 그럼 구인 쪽은 또 면접과 채용 절차를 거쳐 사람을 뽑게 되고요.
하지만 이 방식은 과거엔 잘 맞았을지 몰라도.. 요즘 세상의 속도와는 동떨어진 답답하고 느린 방식이에요. 특히 ‘알바’처럼 급하게 사람을 써야 하는 세상에선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되고 있죠.
솔까말…가게는 오늘 당장 빵꾸가 났는데 언제 공고 내고 모집을 받아 또 면접하고 사람을 뽑겠어요? 알바 쪽도 당장 돈이 급한데 짧게 일할 곳을 위해 3-4곳을 면접봐야 한다는 건 고역이구요.
지금은 다들 ‘스팟 워크(Spot work)’를 원하는 시대예요. 지금의 알바 시장은 당장의 돈이 필요해서 자신의 틈새 시간을 활용하려는 이들이 주요 구직자이고, 당장의 빵꾸를 메우려는 이들이 주요 구인 점포예요. 이 시장을 중개하기엔 잡 보드 방식은 미친 듯이 느리고 비효율적인 거죠.
Z세대였던 오가와 미네도 ‘왜 앱 방식이 아니라 이메일로 지원하는 방식일까?’가 제일 답답했다고 해요. 하지만 빚을 갚아야 했기에 알바계를 떠날 수 없었고, 여기서 몸소 체험하며 겪은 소소한 작은 불만들은 빛처럼 빠른 모바일 시대에 태어난 Z세대 청춘의 가슴에 커다랗게 응집되기 시작합니다…ㅋㅋㅋㅋ
‘왜 돈은 당일 주지 않는 거야’부터 ‘아무 뜨내기와 달리, 여지껏 성실하고 꾸준히 알바를 해 온 사람은 더 보상받아야 되는 거 아냐’ 등등의 불만을 거대 에너지로 모아 잡 보드 매칭이 아닌 온디맨드 방식의 타이미의 앱 개발과 서비스 구축이 시작되었어요!
“바로 일할 수 있고,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세상을 만들겠숴!”
그리하여 탄생한 타이미는 일본에 ‘스키마바이트(틈새바이트)’란 시장을 잡아먹으며 오늘날의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죠. 이 앱에선 구직자가 면접 없이 즉시 채용되어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고, 알바가 끝나고 나면 당일에 알바비가 바로 지급돼요.
쫀쫀한 백엔드와 ‘적극 개입’ 정신:
법률, 금융의 정공법 해결
이 타이미의 백엔드는 생각보다 정교하더군요.
사실 잡 보드 방식을 벗어나 더 직관적이고 빠른 알바 앱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좋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구현하려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첫째, 근로계약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ㅋㅋㅋ 근로기준법 입장에선 하루 알바라도 당연히 써야 하지만 가게 주인에겐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주인들에게 ‘귀찮더라도 꼭 계약서는 쓰십시오, 사장님’ 하고 입으로 강조할 것이냐, 디지털 솔루션을 마련할 것이냐!
이 지점에서 타이미는 진실한 Z세대다운 패기로 정공법으로 무찌르고 나가요. ‘당연히 사장님의 복잡함도 우리가 해결해야죠!’ 그래서 QR코드를 다운로드하는 것만으로 근로계약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냅니다. 이제 가게는 QR코드 하나만 상시 배치하면 끝이고, 당일 알바는 출근해서 QR코드를 읽어 ‘체크인’ 하면 끝이에요.

둘째, 타이미는 알바비의 ‘당일 지급‘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요. 놀랍게도 모든 알바 비용은 타이미가 ‘일시 대납(一時立て替え払)’을 해요. 타이미 차원에서 먼저 알바비를 주고, 그다음 가게에서 타이미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인 셈이죠.
타이미는 이를 ‘비동기식 결제’라 부르는데요. 점포들이 대형 직영 체인의 경우는 기업에 따라 본사 급여 시스템이 복잡할 수 있거든요. 인건비는 15일 후 지급이라든지 기타 등등요. 이렇게 본사 시스템에 동기화되는 방식이 아니라, 타이미가 책임지고 선결제하는 시스템이에요.
처음엔 마일리지 방식으로 가게들로부터 예치금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타이미가 깨끗하게 선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타이미에서 알바를 채용한 점포들은 타이미가 매월 말 청구하는 청구서에 따라 한 달 동안의 서비스 이용료와 급여를 후정산하게 되는 거죠.
이 점은 타이미가 대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강점이 되어주었어요. 대기업 창고, 대기업 마트, 이런 데서도 사람은 억수로 많이 필요하다 아임미까.
또한 주목할 것은 타이미의 수익 모델인데요. 이 스타트업은 가게로부터 오로지 진행된 알바비의 30%만 수수료를 받고 있어요.
수수료율은 꽤 높지요? 대신, 일반적인 다른 리크루팅 사이트들이 지불을 청구하는 유료 옵션들, 월정액 이용료, 알바 리스트 검색료, 눈에 잘 띄기 위한 유료 광고 옵션 등을 두지 않아요. 즉, 가게 입장에선 실제로 구인이 이뤄지고 알바가 진행된 다음에만 비용이 발생하게 되어요.
타이미는 ‘당사는 게재하는 공간을 마련한 중개자일 뿐 분쟁은 가게와 알바가 직접 해결하십시오’ 같은 한발빼기 전략을 쓰지 않아요. 그보다는 ‘이상적인 프로 중개자’가 되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그 사이에서 프로다운 중개료를 받겠다는 생각이에요.
이들의 생각은 적중하고 있어요. 타이미는 오로지 매칭만으로 기업 매출과 수익을 만드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어요. 수수료만으로 저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매칭률이 높다는 건데요. 타이미에 따르면 보통 점포들은 24시간 이내에 70% 이상의 구인이 매칭된다고 해요.
익명 리뷰 따위는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아
아울러 타이미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적극적인 중개자가 됨으로써 구인 기업과 구직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없앴다는 거예요.
사실 이 구인 시장의 최대 빌런은 ‘정보 비대칭’이에요. 구인하는 입장에선 노쇼나 근태불량자가 올까 봐 무섭고, 구직하는 입장에선 악덕 기업일까 봐 무섭죠.
그런데 그동안 잡 보드 방식의 리크루팅에선 중개자들이 정보 비대칭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결정적 순간에 한발 빼기 전략을 씀으로써 도리어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를테면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는 아주 좋은 사례죠. 잡플래닛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인증 없이 익명으로 기업에 대한 리뷰를 남기게 함으로써, 실제로 그 기업에 일하지 않은 사람도 아무나 아무 기업에 아무 말 대잔치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엔 또 이 리뷰를 보고 기사를 쓰는 기자가 있거든요…? 기업 입장에선 너무도 불공정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죠. 이 방식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요?
타이미는 가게와 알바가 서로 구인/구직한 기록을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또 서로 평가를 남기도록 해놓았어요.
가게는 알바가 일을 잘해줬다면, good을 찍거나 코멘트로 리뷰를 남기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일을 해주었을 땐 ‘배지’를 부여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아래 여성은 무려 5개 분야에서 배지를 받았는데요. 홀 서빙, 설거지(세탁장이라고 번역된 것), 요리, 분류, 피킹에서 5관왕의 인재란 사실…!

또 구직자는 기업의 평가를 사전에 체크하고 갈 수 있어요. 아래 가게는 근무자들이 98% good을 찍어줬어요. 그 아래 리뷰를 보면, 개인정보를 이 앱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인증된 회원이 리뷰를 남기지만, 그 리뷰는 ’40대 전반 여성’, 혹은 ’20대 전반 여성’과 같은 식으로 익명화되어 보여질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즉, 가게는 알바가 그간 타이미에서 일을 몇 번 했는지, 그간 일했던 곳에서의 평가는 어떤지, 노쇼나 결근이 있었던 사람인지 미리 보고 결정할 수 있어요. 구직자 또한 이 가게가 얼마나 많은 단기 알바들을 쓰는지, 이곳에서 실제 일해 본 이들의 평가는 어떠한지를 미리 볼 수 있어요.
중개자가 정보 비대칭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노쇼가 많은 구직자는 도태되고, 마찬가지로 악덕 기업 자질이 있는 가게는 도태되는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었던 거죠.
여기엔 엄격한 페널티 정책도 한몫하는데요.
만약 알바가 채용이 됐음에도 노쇼를 하게 되면, 결근율만 남는 게 아니라, 타이미가 직접 페널티를 가해요. 작업 시작 48시간 이내에 취소하면 페널티 포인트가 부여되고(취소 시점에 따라 다름), 지각 시에는 2포인트가 부여, 무단 결근을 할 경우, 즉시 8포인트가 부여되고, 14일간 서비스 이용이 정지된답니다.
이 기록은 구직자들에게 주홍글씨가 되어 따라다니게 될까요? 이 지점에선 아직 어려서 무책임한 MZ들도 있기에 타이미에는 몇 가지 개인 회생 옵션을 두는데요. ㅋㅋㅋㅋㅋ 이후 작업 완료 후 리뷰를 작성하면 1포인트가 감소해요. 즉, 한 번 지각했으면 -2점을 먹었겠지만, 다음번에 알바 두 번 더 하고, 일한 곳들의 리뷰를 남기면 부정 포인트가 사라질 수 있어요.
또 8포인트에 도달해 이용 정지가 되면 보통은 그 플랫폼을 떠나잖아요? 그런데 떠나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14일 후에 돌아온 사람에게 포인트를 4포인트로 줄여줘요.
제가 서칭해보니 이 시스템에 분통을 터뜨리는 MZ들도 있더군요. 타이미 절대 사용하지 말라면서 페널티가 너를 괴롭힐 거라면서요. 오오.. 그러나 점주 입장에선 바로 이런 애들은 정말 앱에서 떠나줘야 고마운 애들이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숴!
이런 시스템이다 보니, 한 가게에서 같은 사람을 재채용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고 해요. 한번 일해 본 사람은 교육할 필요도 없고, 서로 인상이 좋았다면 얼마든지 서로가 틈새 기회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이 밖에도 타이미에는 여러 깨알 디테일이 있어요. 구직자는 자기가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만 job을 검색할 수도 있고, 또 자기가 관심 있는 일 중심으로 검색할 수도 있고, 여러 조건을 필터링해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이미 만료된 job인데 관심이 있다면, 그 job이 또 뜰 때 알람을 받을 수 있어요.
현재 타이미(Timee)는 약 98,000개의 사업자와 약 230,000개의 사업장을 약 700만 명의 구직자와 연결해요.
흥미로운 건, 최근엔 시니어 구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네요. 타이미에 등록하고 있는 55세 이상의 구직자는 2024년 3월 시점에서 약 38만 명으로 전년 대비 2.1배 확대된 숫자예요. 더구나 타이미에서 알바를 뛰어 본 시니어 중 49%가 근무처로부터 장기 취업을 타진받고 있고, 11%는 실제로 장기 취업을 하고 있더란 사실…!

넘나 흥미로운 앱이지요? 이제 정말 구인/구직 앱에는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도 급구 외에도, 크몽이 만든 쑨, 당근의 당근알바 등이 디지털 시대의 속도에 맞는 구인/구직 앱들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들 중에 미래의 유니콘이 있을 거싱가아아!
두근두근하쥬? 전 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심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