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패션이 꼭 해야할 6가지, 마지막이에요.
이 주제는 제가 여러분에게 가장 알려드리고 싶은 주제랍니다.
연말에 #에코시스템 이란 주제로 두번이나 무료강의를 할 정도로요.
올해에 적어도 이 단어를 이해하고, 그런 생각을 품기만 하셔도, 세상과 기회가 달리 보이실 거에요.
조만간 무료강의 한번 더하겠습니다. 꼭 읽어주세요.
6. 에코시스템으로의 턴어라운드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란 말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말과 함께 따라다니는 사물 인터넷(IoT)의 개념은 모든 사물에 전자 센서가 붙어있고, 이들이 하나의 전산망으로 연결된 미래사회의 청사진을 그려보게 만든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새로이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은 ‘에코시스템(Ecosystem)’이다. 에코시스템은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 말이 비즈니스계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3년 James. F. Moore가 HBR(Havard Business Review)에 ‘비즈니스 에코시스템(Business Ecosystem)’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면서 부터였다. 이글은 그 해에 매킨지 논문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많은 기술 스타트업들에게 ‘에코시스템’은 하나의 용어처럼 쓰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AWS, 구글 같은 기업들이 자신의 기술체계를 설명할 때마다 그들은 그것이 ‘생태계’ 임을 강조한다.
해외에서 이런 인식이 새로운 범용적 철학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한국의 입장을 생각할 때 충격적일만큼 경이로운 일이다. 에코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발전되어가고 있는지를 알면 알수록 그 경이의 폭은 커진다.
에코시스템이란 패러다임 속에서 기업들은 ‘업계 1위’를 꿈꾸는 대신 ‘생태계 리더’를 꿈꾼다. 업계 1위를 꿈꾸던 시절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경쟁자들을 제압’하는 일이었지만, ‘생태계 리더’를 꿈꾸는 시절에 가장 중요해진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기여’하는 일이다.
얼핏보면 경쟁자를 제압하고 1위가 되는 것이 더 유리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플레이어에게 기여하고 생태계 리더가 되는 쪽을 택하고 있다. 대체 플레이어에게 기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생태계 리더가 되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베네핏을 주는가?
월마트는 미국 1위 슈퍼마켓 기업이고 크로거(Krogger)는 2위 슈퍼마켓 기업이다. 이 두 경쟁자는 지금 같은 컨소시움에서 다른 경쟁 유통들과 함께 모여 블록체인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담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유통사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음식물 이력추적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얼마 전 오염된 로메인 상추가 발견되었을 때 정부는 모든 상추에 대한 전량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오염된 상추는 특정한 마을에서 생산된 것 뿐이었지만, 그 상추가 어디로 납품되었는지 추적할 경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식품/유통사들은 이와 같은 리스크를 블록체인 이력추적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도입은 식품업계라는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 그들로부터 농산물을 받아 운반하는 트럭운전수, 물류기업, 그리고 모든 판매점들이 각자가 이 시스템에 접속하여 자신이 관여한 이력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러려면 이 생태계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앱을 공유하건, 단말기를 사용하건, 어떤 통일된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만약 월마트는 월마트대로, 크로거는 크로거대로, 각자개발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들고 나와 농부와 트럭운전수, 물류기업들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이력추적을 강요할 경우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생태계의 가장 말단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겪게 될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의 AtiveX야 말로 그 혼란의 대표적 사례다. 각 금융기관들이 스탠다드를 마련하여 어떤 Active X건 하나만 깔면 다른 금융사에서도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면, 오늘날처럼 가장 말단에 있는 사용자들의 PC가 저마다 다른 온갖 종류의 Active X로 엉망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컨소시움은 유통사들이 바로 그런 혼란을 방지하고 통일된 스탠다드를 마련하고자 구성되었다. 이들 모두는 한발 앞서 생태계 플레이어들을 배려하며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오늘날 테크놀러지 분야에서의 ‘생태적 시각’은 더욱 놀랍다.
Microsoft의 Azure 시스템은 어떤 규모의 기업이건 그 안에 들어와 필요한 기능을 조립해 디지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일단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보안기능, ERP기능, 등 몇가지 필요한 기능 등은 이미 완성된 제품들을 앱 형태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쉽게 말하면 Azure는 수많은 레고 조각들을 반가공 상태로 공급하고, 기업들은 그 조각들을 조립해 각자가 원하는 시스템, 그것이 웹사이트, 재무관리도구, 모바일앱, 그 외 어떤 것이건 간에 Azure안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자신이 만든 제품을 Azure에 올려두고 누구건 다른 기업이 이 제품을 이용해 또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 안에서 기업들은 Azure에 대한 사용료, 또 서로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며 공생한다.
Microsoft가 얻는 바는 무엇일까? Azure에 들어오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고객수는 저절로 늘게 된다. 더 많은 기술이 Azure에서 개발될수록 Azure는 더 편하고 강력한 툴로 진화하며, 이 편리성은 또다른 고객을 불러들인다.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를 불러들이는 새로운 구조가 된 셈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어떻게든 스스로의 제품을 개발하고 판촉하여 고객의 수를 늘려나가는 방법 뿐이었다. 그러나 생태적 구조는 나의 제품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개발되고 저절로 진화되며, 이 진화가 고객을 불러들이는 전혀 다른 룰을 가지고 있다. 이 안에는 갑을의 체계가 없다. 터전이 있고 플레이어들이 있을 뿐이다.
패션비즈니스 기업들에게 에코시스템이란 개념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는 다름아닌 미래의 조직구조 때문이다.
한 때는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비슷한 모양새의 수직적 조직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부장 아래 몇 개의 과가 있고, 각 과장들은 휘하에 몇 명의 직원들을 두는 구조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들의 고용현황은 더 이상 그런 조직 구조를 운영한다는 것인 시대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탄탄하고 많은 말단 직원 수 위에 체계적으로 관리자가 포진해 있는, 그런 수직적 레벨이 가능할 만한 고용상황이 아니란 이야기다.
창업자가 많아지고, 내부의 수직구조는 깨지는 상황이라면, 미래의 답은 하나 밖에 없다. 결국 과거엔 내부 인력이 하던 일들을 점차 외부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으로 풀어나가는 방법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몽클레어(Moncler)는 원래 럭셔리라인으로 운영하던 몽클레어 감므 루즈(Moncler Gamme Rouge)와 몽클레어 감므 블루(Moncler Gamme Blue)를 모두 폐쇄했다. 두 라인은 각각 유명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in-house개념으로 전개되던 라인이었다.
이 라인을 폐쇄하는 대신 몽클레어는 8개의 서브라인을 신설했다. 이 중 2개는 자사 디자인 팀이 디자인하며, 나머지 6개 라인은 각각 다른 디자이너들과 소량의 제품을 협업하는 멀티 콜라보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용에서 협업으로 전환하면서 2개의 서브라인은 8개의 서브라인으로 다양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각 디자이너들 또한 한 브랜드를 책임지는 막중함 대신 유연성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 라인을 신설하고 몽클레어는 올 상반기 순이기 40%이상 급증했다.
지금 이런 변화는 패션계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뛰어난 인재를 In-house로 고용한다는 건 기업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를 독립적 플레이어로 바라보고, 서로가 윈윈하며 서로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방식에 눈을 뜬다면, 미래의 패션기업은 무수히 많은 인재들과 고용이 아닌 형태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는 이미 글로벌하게는 대기업과 스타트업들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DX를 추구하다보면 많은 기술개발들이 요구되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를 In-house로 개발하기 보다는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솔루션들을 쓰고 있다. 기업은 그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스타트업들 또한 한 기업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 기업이 그 솔루션을 쓰기 위해 많은 변화, 즉 custom 작업을 해야할 경우,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그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 나를 위해 개발한 기술을 그 스타트업이 다시 판매하도록 장려하고, 그렇게 될 경우 수익을 셰어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점점 더 발전해서, 대기업의 유통사나 제조사들은 이제 스스로 In-house로 개발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기술을 라이센싱하여 추가적 수익을 도모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AWS를, 크로거의 경우 Smart Schef 시스템을, 오카도의 경우 자신의 창고 시스템을 다른 기업에게 라이선스 중이다. 심지어 경쟁사라 할지라도 그들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In-house의 개념은 경쟁시대가 낳은 독점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겨났다. 지금의 에코시스템 시대에서는 독점, 경쟁, In-house의 개념은 면밀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패션사업을 Front-end에서 바라본다면, 미래의 조직구도나 고용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무언가 기발한 컨셉이나 ‘먹혀들’ 브랜드가 있으면 단숨에 이 난국을 탈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Back-end에서 패션사업을 바라본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프라스트럭처의 안정이다. DX를 통한 효율성 증대와는 별도로 시대에 맞는 안정적 고용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아무리 DX에 성공한다해도 사업은 지속되기 어렵다.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서 쩔쩔 매면서, 새로운 컨셉을 찾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2019년에는 적어도 그런 In-house의 개념을 넘어 스타트업이건 신진디자이너이건 혹은 전혀 다른 미디어 기업이건 서로가 같은 에코시스템속에서 긍정적 플레이어로 만날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맺는 연습을 시도해봐야 할 때다.
[Xiaomi의 사례]
올해 상장한 샤오미는 저가의 휴대폰으로도 유명하지만, 지금 글로벌 스타트업계에서는 샤오미가 가진 ‘샤오미 생태계(Xiaomi Ecosystem)’으로 더 이슈가 되고 있다. 샤오미는 ‘샤오미의 집(Xiaomi house)’이란 오프라인 유통을 300개 정도 운영한다. 그리고 이 숍에는 휴대폰 외에도 다양한 전자 소품들 및 밥솥에서 주걱, 침대에 이르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함께 판매된다.

이 업체들과 샤오미의 관계는 유통사와 입점업체 사이가 아닌, 대부분이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관계로 이뤄져 있다. 샤오미는 자신의 점포에,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샤오미는 Microsoft나 Google과는 달리, IT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지 않고, 주로 ‘하드웨어’, 즉, 실물을 생산하는 스타트업들에게 투자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판로’가 관간이 된다.
샤오미는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제조 노하우와 판로, 자금등을 지원하며, 스타트업들은 이 생태계 속에서 유통망과 멘토링등을 지원받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제품에 대한 판매액은 판매액대로 유통사인 샤오미와 공유하며, 늘어난 기업가치는 기업가치대로 투자사인 샤오미에게 돌려준다.
현재 샤오미 생태계에서만 4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그 중 하나인 후아미(Huami)덕에, 지난 3분기에 샤오미는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wearable 기기 시장의 1위 기업으로 랭크되었다.
맺는 말
우리가 정보화시대라는 말을 써온지 오래되었지만 언제부턴가 변화의 속도에는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들과 새로운 변화, 새로운 뉴스들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패션은 팬시(Fancy)한 사업이다. 그러나 팬시함에 기대어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팬시한 컨셉, 팬시한 스타일, 팬시한 이미지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점점 소비자들은 스마트한 구매 프로세스, 스마트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이야말로 팬시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중요한 점은 어서 시도의 발걸음을 내딛어 보는 것이다. 수많은 Error를 경험할지라도 Try 해야 한다. 불행히 한국에선 아직도 Error는 치명적인 것이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1초에 한대씩 팔린다는 구글홈즈가 출시되었을 때, 한국의 언론들은 이 기기의 오류를 너도 나도 대서특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기가 그런 오류를 바로잡으며 성공을 거듭하는 과정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는 타인의 실패를 대서특필한다. 이런 사회적 시각은 서로가 서로의 시도를 어렵게 만든다.
에러에 대해 관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에러를 겪은 사람이 진짜 경력자임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지금은 탁월한 누군가가 정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의 조건에 대해 ‘작게 시작’하라고 권고한다. 다름아닌 그 Trial & Error 때문이다. 너무 대대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히며, Error가 일어났을 때 기민하게 회복하기 어렵게 만든다.
작게 시작하는 혁신, Error를 학습으로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포커스를 두는 습관이야말로 Post-Digital 시대의 관건이다.
부디 2019년에는 실패가 있을지라도 시도의 발걸음을 내딛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