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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루했던 월드몰이 어떻게 팝업의 성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간 쇼핑몰은 ‘임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기업들이 운영해 왔어요. 쇼핑몰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구조로, 백화점 바이어 같은 고급 크리에이티브 인력을 내부에 두고 판관비를 키우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십상인데요. #롯데 는 그룹사 전체가 ‘원팀’이 되어 타운을 형성하고, 백화점의 고급 인력이 쇼핑몰까지 담당해 전체 채산성을 극대화하고 있어요. 이제 부동산 비즈니스와 리테일 비즈니스에는 경계가 흐려지고 있답니다.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미래의 백화점 비즈니스는 어디까지 확장될까요?
지난주에 열린 넥스트커머스의 Day2에서 주요하게 다루었던 어젠다는 리테일러들의 수익 다각화였어요. 이제 리테일러들의 수익 중 ‘판매 수익’은 전부가 아닌 일부예요. 대신 리테일러들은 개발 수익, 임대 수익, 광고 수익 등 다채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며 생태계를 확장 중이죠.
이제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어떤 기업의 비즈니스를 리테일이냐 부동산이냐 금융이냐 구분짓는 건 무의미한 일이 되었어요. 지금은 모든 기업이 전사적 자산을 재활용해 그룹의 채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해요.
전사적 자산이란 기업이 기존에 확보한 부동산, 기존에 확보한 인력,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 등 모든 의미있는 자산을 뜻하죠. Day2 첫세션에서 롯데백화점 MD본부 Fashion부문장 진승현 상무를 스피커로 모시고 잠실 롯데타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잠실 롯데타운은 롯데그룹이 보유한 기존 부동산 자산과 크리에이티브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채산성을 극대화한 멋진 사례였어요. 오늘은 세션1에서 오고간 이야기들을 짧게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해요.
백화점 MD가 ‘쇼핑몰’에 손을 대면 벌어지는 일
제가 처음 롯데백화점을 스피커로 모시게 된 이유는 이번에 함께 이벤트를 개최한 부동산 미디어의 강한 관심 때문이었어요. 롯데타운이 들어선 뒤 그 지역 지가가 크게 오르고, 과거엔 강남의 부도심처럼 여겨졌던 잠실이 명실공히 강남의 대표적 도심이 되었다는 건 부동산 개발 입장에서 보면 전설적인 스토리예요.
롯데 잠실타운 프로젝트는 89년 롯데월드가 개장한 이래 30년에 걸쳐 완성되어 온 장기 프로젝트예요. 현재 롯데타운 내에는 롯데마트,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들의 시설, 그리고 롯데월드몰이란 쇼핑몰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요.
진승현 상무가 맡고 있는 롯데백화점의 MD본부 Fashion부문은 35개에 달하는 롯데백화점의 패션 부문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롯데타운 프로젝트에선 롯데월드몰을 개편하는 일부터 참여했다고 해요.
아시다시피 월드몰은 임대기반의 ‘쇼핑몰’이에요. 쇼핑몰은 2년마다 MD개편을 할 수 있는 백화점과는 달리, 각 점포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인들은 10년 동안 해당 입지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보통 쇼핑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뻔한 매장이 오래 자리하며 콘텐츠들이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롯데월드몰 또한 같은 상황이었어요. 과거에는 롯데자산신탁이 관리하고 있던 곳으로, 지하철로 이어지는 긴 통로처럼 생긴 몰인데, 기존에는 트래픽이 멈춤과 흐름을 반복하지못하고 계속 흐르기만 하는 상황이었죠. 하루 잠실역을 오가는 승하차 인구는 무려 19만 3898명임에도 이들을 붙잡지 못하고 흘려보내기만 했는데요.
롯데는 잠실타운을 만들면서 ‘롯데쇼핑’이 직접 월드몰을 인수해 쇼핑몰에 ‘백화점의 터치’를 가미하기 시작해요. 이제 이 공간을 백화점처럼 크리에이티브와 트렌드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한 건데요. 진승현 상무는 쇼핑몰의 주요 공간을 중심으로 팝업을 활용하는 것을 주요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해요.
“쇼핑몰은 콘텐츠가 정체되기 쉽습니다. 백화점과 달리 MD를 바로바로 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팝업 공간을 잘 활용해 매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월드몰의 첫 팝업은 처음엔 이스포츠 팀 T1의 팝업이었어요. 20평 공간에서 한 달간 이뤄진 팝업에선 일매출 1천만원이 나왔다고 해요. 당시엔 이 또한 큰 매출처럼 여겨졌지만, 지금 월드몰 팝업에선 하루에 1-2억씩 매출이 나오고 있어요.
현재 한 달에 월드몰에서 40개 정도 팝업이 열리는데요. 이중 절반을 MD본부 Fashion부문에서 담당한다는군요. 지난해에만 360개 팝업이 열렸고, 올해에는 9월까지 열린 팝업이 300개를 넘었어요. MD본부 Fashion부문은 30여개에 달하는 롯데백화점 전체의 패션 부문 콘텐츠를 담당하면서, 이제 백화점을 넘어 롯데의 새로운 쇼핑몰인 ‘타임빌라스’ 콘텐츠도 담당하고 있어요.
그간 쇼핑몰은 ‘임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기업들이 운영해 왔어요. 쇼핑몰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구조로, 백화점 바이어 같은 고급 크리에이티브 인력을 내부에 두고 판관비를 키우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십상인데요. 롯데는 그룹사 전체가 ‘원팀’이 되어 타운을 형성하면서, 백화점의 고급 인력을 쇼핑몰까지 확장해 재활용함으로써 전체 채산성을 극대화하고 있어요.
지방백화점이란 숙제
이번 세션에선 진승현 상무에게 지방백화점이란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물어보았어요.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 지방백화점은 가장 어려운 숙제인데요. 진승현 상무는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특성, 그리고 경쟁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많은 고민이 있는 분야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로컬리즘의 콘텐츠를 활용해 헤쳐나가며 작은 성공도 맛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전점 같은 경우 신세계와 갤러리아가 명품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롯데 대전점에는 명품이 없는 상황이구요. 그런데 저희에겐 ‘성심당’이 있습니다. 성심당의 경우 대전에선 백화점 매출과 트래픽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예요. 그리고 이 성심당으로 인한 트래픽의 50%는 30대 이하죠. 저희는 여기에 착안해서 성심당 인근에 하고(Hago)나 마리떼, 한화 이글스 유니폼 스토어 같은 영한 고객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확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진승현 상무는 이제 각 지점마다 각기 다른 환경과 고객 특성, 특히 경쟁환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그리고 ‘콘텐츠’와 ‘에너지’는 진승현 상무가 자주 사용하는 어휘였어요.
‘롯데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
세션 내내 진승현 상무와의 대화에서 느낌표가 울렸던 지점은 ‘롯데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는 대목이었어요. 이제는 경쟁사들과 1:1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 그 환경’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는데요. 현재 검토 중인 롯데 인천타운 또한 롯데만의 강점이 뚜렷이 드러나게 될 전망이에요.
“인천은 대한민국 17개 시도에서 인구가 증가하는 유일한 곳입니다. 부산과 비교하면 부산은 인구 320만, 인천은 304만 정도인데요. 부산은 명품이 있는 백화점이 너댓개나 되는 반면, 인천엔 명품이 롯데 밖에 없습니다. 향후 이런 강점들에 집중하는 방식을 검토 중입니다.”
넥스트커머스 Day2에선 N서울타워(남산타워)를 운영하는 YTN의 권성희 국장이 이런 리테일러들의 크리에이티브 팀에 대해 각별한 언급이 있었어요. 일반 부동산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내부에 크리에이티브 인력이 없기에 쇼핑몰들이 초반의 빛을 잃고 점점 쇠락하기 쉬운 반면, 리테일러들은 내부에 크리에이티브 인재가 이미 존재하기에, 이들을 레버리지해 부동산 비즈니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쉽다는 것이었죠.
롯데는 이런 타운들을 조성하기 위한 긴밀한 협의 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우선 여러 계열사 C레벨이 모여 정기적으로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복합몰 협의체가 있다고 해요. 돌이켜보면, 잠실 롯데타운이란 30년 프로젝트가 대기업의 정기 인사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이런 협의 체계의 전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죠.
진승현 상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제 롯데의 모든 일은 끝없는 ‘협의’의 연속이에요.
연간 수백개의 팝업과 수십개의 지점을 담당하는 MD본부 Fashion부문 팀원들이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상상하게 되더군요. 아울러, 한 달에 40개 정도 열리는 월드몰 팝업 또한 Fashion부문이 절반을 담당하고 있기에, 다른 절반을 담당하는 Food나 기타 부문과 실시간으로 스케줄을 공유하며 정하고 있는데요. 미래에 AI가 결코 대체하지 못할 직업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백화점 바이어가 아닐까 싶은 순간이었어요.
롯데는 내부의 우수한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을 이제 백화점만을 위해 사용하고 있지 않아요. 이들은 롯데가 보유한 다른 자산에도 새로운 콘텐츠와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어요.
이런 노력 덕에 오늘날 잠실 롯데타운은 전세계 최고 쇼핑몰이라는 두바이몰보다 5배나 많은 평당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어요. 잠실타운에는 해마다 8천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왔다 간답니다.
진승현 상무에게 마지막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어요. 처음 백화점 비즈니스에 발을 들였던 과거와 비교할 때 요즘의 백화점 비즈니스가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진승현 상무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과거에 백화점은, 특히 패션의 경우에는, 각 시대마다 유행하는 트렌드라는 게 있었어요. 유행하는 소재, 유행하는 칼라, 유행하는 실루엣으로 상품을 잘 구비하면 되었죠. 잘 만들면 고객이 잘 사가는 상황이었어요. 그 당시 백화점에서 중요했던 건 고객 트래픽이 많은 공간에 브랜드를 잘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고 할 정도입니다. 개개인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백화점의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제 고객을 이해하고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과거에 비하면 훨씬 어려운 수준의 고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