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스몰토픽 이에요~
건강한 재무적사고는 스타트업의 미덕이에요.
#누적거래액 #누적사용자 .. 이런 이상한지표는 이제 그만쓰자구요.
기업을 숫자로 #이해 시키려는거지 #오해 시키려는게 아니라면요.
통계란 참.. 객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주관적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참 통계를 분석하는 눈이 약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종종 들어요. 특히 요즘 들어 기사에서 ‘누적거래액’과 ‘누적가입자’ 같은 지표를 대할 때면 정말 아리송하답니다.
누적거래액, 누적가입자… 글쎄요. 이게 뭐다요.. 다른 나라 기사에선 본 기억이 없는 지표라서요.
움.. 누적을 해서 따지는 건 ‘App 다운로드 수’ 정도요?
단지, 이건 그 앱이 등장하고 1년 이내 기사일 때 ‘지금까지의 다운로드 수는 3백만’ 이런 식으로 기사화된답니다.
그 앱이 등장하고 2-3년 있다가 기사가 뜰 때에는 주로 ‘이 앱은 2015년 출시되어 3개월안에 100만 다운로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고 과거의 이슈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죠. 3년간 누적 다운로드수를 굳이 말하는 곳은 거의 없어요.
누적거래액은 어쩌다 나오게 된 지표이고, 대체 무슨 의미를 찾아야 하는 지표일까요?
보통 지표라는 건, 숫자를 통해 내 사업을 이해시키는 거잖아요..? ‘연간 거래액이 얼마이고, 연간 매출은 얼마입니다’, 라고 하면 대충 그 기업의 윤곽을 그릴 수 있지만, ‘누적거래액이 얼마입니다’는 그 기업에 대해 아무것도 그릴 수 없어요. 오히려 누적거래액을 거래액으로 오해하는 사람, 거래액과 매출을 구분 못하는 사람에게 내 사업을 오해시키기 좋은 지표죠.
아마.. 스타트업들이 주변의 시선에 쪼이다보면 별 수 없이 이런 지표라도 말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근데 스타트업일 수록 이런 지표는 쓰면 안돼요.
기자분들도 지나치게 집요하게 묻지 마시고, 노코멘트하는 기업은 그냥 성장률 정도로만 써주시는 게 좋을 듯요. 젋은 기업이 건강한 재무습관, 인터뷰습관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해외에는 Comp Sales란 지표가 있어요. 하핫. 저 이 개념 처음알고 정말 놀랐답니다.
지금부터 외국애들이 얼마나 깐깐한지 한번 엿봐볼까유?
Comp Sales는 뭐냐면요. 예를 들어 제가 ‘소희백화점’ 사장이라 쳐요. 어느날 제가 컨퍼런스콜에서 ‘주주 여러분~ 저희 매출이 올해들에 2,000억에서 3,000억으로 올랐습니다~’ 이러잖아요? 그럼 다들 박수를 치는 게 아닐 ‘흠..’ 하며 시큰둥합니다. ㅋㅋㅋㅋ
왜냐면 그것 가지고는 실상을 파악할 수 없거든요. 매출 커진 건 사실, 막 할인을 해제껴서 매출만 늘어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라면 회사의 건강성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걱정마십시오. 주주여러분~ 순이익도 올랐습니다~’ 이러잖아요? 그래도 다들.. ‘글쎄..’ 하며 시큰둥하답니다.
왜냐면요. 할인해져껴서 매출은 커졌는데 수익은 까였을 때, 갑자기 자회사 하나를 뚝 떼어 판다던가 하면 당장 매출도 늘고 이익도 늘어나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에겐 ‘백화점 사업’이란 본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또 제가 ‘걱정마십시오. 주주 여러분~ ‘영업이익’도 올랐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들 만족할까유..? 영업이익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이익만 말해주는 지표이니 그 사업 모델의 건강성에는 한층 더 가까운 지표에요. 이 정도면 한 80% 정도는 만족스럽니만, 하지만 실상을 완벽하게 파악하기에는 부족해요.
왜냐면 또 이런 경우가 있거든요. ‘소희백화점’이 2017년에는 100개 매장이었는데 2018년에는 120개 매장으로 늘어난 경우요. 이럴 경우에더 순간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날 수 있어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나면 좋은 거 아니냐구요? 흐음.. 아뇨. 아직 부족해요. 왜냐하면 전체적으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올랐지만, 실은 100개였을 땐 매장당 10억씩 하던 걸, 120개였을 땐 매장당 9억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매출은 1000억에서 1080억으로 올랐더라.. 이럴 수도 있어서예요.
이들의 관심은 지금의 성장이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인가 하는 부분이랍니다.
그래서 ‘동일매장 비교매출’이란 comp sales란 지표가 필요해졌어요. 이건 작년에도 있었고, 올해에도 있었던 매장끼리만 비교해서, 그 같은 매장들의 성장률을 보는 거죠.
2017년에 소공동점/미아점/강남점/신촌점, 이렇게 4곳을 운영하다가 2017년에는 소공동점/천안점/강남점/대구점 이렇게 4곳을 운영하고 있다면, 작년부터 있었던 소공동점과 강남점의 성장률만 비교해보는 거죠.
즉, 올해들어서 새로 생긴 매장 빼고, 올해들어서 폐점한 매장 빼고, 2년간 존속했던 매장끼리 몇% 성장했는지를 따지는 거예요. 사업의 건강성과 성장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죠. 새로 생긴 매장의 오픈빨도 들어가지 않았고, 폐점한 매장으로 인해 개선된 수익률도 적용되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드는 게 지나치거나 잔인하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그래서 이런 거 물으면 기업들이 ‘와..씨.. 주주들 너무하네. 내 체면을 짓밟겠다는 거야 뭐야’ 이럼서 기분나빠할까유..?
에고. 그럴리가요. 그런 아마추어면 애지녁에 업계에서 사라졌죠.
기업들은 ‘기꺼이’ 지표로 답한답니다. 이렇게 모든 의심에 가능한 끝까지 지표로서 대답하는 게 기업이 자신을 설명하는 방법이죠.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의 공통적인 목표는 이런 여러 지표를 통해 이 사업의 현재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에요. 만약 기업이 여기에서 이상한 지표로 혼동을 일으켰다면, 그건 일종의 배임행위와 다를바 없어요.
이런 사람들 앞에서 나홀로 ‘누적거래액’같은 지표로 실적을 얘기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들은 대뜸 여러가지 질문을 던질 거예요. ‘대체 전년 대비 거래액 성장률은 얼마입니까?’ ‘최근 5개년 매출 성장률은 어떻게 됩니까?’ , ‘영업이익 성장률과 순익 성장률은 어찌됩니까?’ 기타등등, 기타등등..
‘누적사용자’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누적 사용자가 2만명입니다~’ 해봐야 그들은 대뜸 ‘Active User’ 수와 Active User수의 증가추세를 물을 거예요.
누적 사용자 수는 사실 외부에 노출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본사 차원에서 ‘워매애~ 누적 사용자는 2만인데, 액티브 유저가 7000이면 나머지는 우리가 왜 놓쳤을까?’ 뭐 이런 고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거예요.
제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 가뜩이나 힘겨운 스타트업들을 몰아붙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그런 감성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돼요.
우리가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은 뭐냐면요. 과연 어떤 환경에서 스타트업들이 더 탄탄하고 견실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저런 깐깐한 지표 속에 평가받으며 자란 친구들과 이상한 지표가 통하는 세상에서 자란 친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있죠.. 우리나라는 기성세대가 반성 좀 철저히 해야 돼요.
뉴스에 나오는 통계 보면, 다 자기 좋은 대로 짜집은 게 너무 많아요. 정치인들이 내놓는 통계는 참 각기 자신의 당에게 유리한 희한한 것들이죠.
기업들 실적보고서는 또 어떤가요? 미국과 일본의 보고서는 혹시 보는 이가 못알아먹을까봐 상세히 설명하는 실적보고서라면, 우리나라 보고서는.. 혹시라도 알아먹을까봐 헷갈리게 해놓은 보고서들이 많아요.
그러면 이런 행위들을 사실 언론들이 매의 눈으로 걸러줘야 하는데 언론기관들은 또 자기네 나름대로 희한한 통계를 내놓는단 말이죠. 도대체 겨우 500명짜리 표본을.. 에고.. 대체 통계랍시고 발표할 수가 있는 거에요?
사회전체가 계속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식이니 젊은 친구들도 스스럼없이 저런 이상한 지표를 쓰는 거예요.
스타트업이면 그냥 노코멘트 해도 돼요. 성장률만 이야기해도 되구요. 혹시 성장률도 낮아지고 있어서 그러나요..? 그럼 인터뷰할 때가 아니구나, 함서 기자들을 멀리하세요. 원래 스타트업이란.. 하늘로 솟았다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또 우주 저멀리로 솟아오르기도 한답니다. 스티치픽스를 보세요. ㅋㅋㅋㅋ 롤러코스터 타면서 다이나믹하게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 어떤 지표건 지금 좀 낮아졌다고 우울할 거 없으니 그런 순간에 괜한 허세로 저런 이상한 지표들을 흘리지 않았으면 해요.
우리 다들 누적거래액, 누적사용자 같은 지표는 이제 좀 그만 씁시다아~